매일신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멸공 인증'에 주가 7%↓ 곤두박질

尹 후보와 국힘 의원들 '달파멸콩'…'일베 놀이' 지적, 신세계 기업 무게 하락 우려도
이용호 국힘 의원 "표현자유 존중하나 멸공 외칠때 아냐…남북 평화공존 시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멸공' 해시태그를 잇따라 달아 논란이다. 정 부회장은 한 게시물에서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에 대한 멸공"이라고 언급했다.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10일 오전 신세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6% 하락했다. 지난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쏘아 올린 '멸공' 논란에 오너 리스크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주식 매도에 나선 분위기다.

이날 오전 11시 현재 국내 증시에서 신세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20%(1만8천원) 하락한 23만2천원으로 내렸다. 주가는 장중 한때 23만1천원을 찍었다가 소폭 올랐다.

관련주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 I&C 등도 내림세다.

이날 신세계 주가가 내린 것은 지난주 정 부회장이 '멸공' 해시태그를 잇따라 올린 뒤 정치권으로까지 '멸공' 릴레이가 번진 영향으로 풀이됐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신세계 주가는 대체로 상승 흐름을 보였다. 소비수요 증가로 펀더멘탈 개선이 기대됐고, 지난해 4분기 연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58% 증가한 1천630억원 수준에 증가할 것으로 점쳐지는 등 앞날이 순탄해 보였다.

이런 가운데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 '공산당을 멸하겠다'는 뜻의 '멸공'을 연거푸 강조해 북한과 중국 등 공산국가와의 갈등을 조장하고, 기업의 수익성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앞서 지난 6일 정 부회장은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올려 시선을 모았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4만명이 넘는다.

이 게시물은 '폭력·선동' 등 이유로 삭제 조치됐다가 복구됐다.

뒤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전날 신세계 이마트 이수점을 찾아 장을 보는 사진과 함께 #달걀 #파 #멸치 #콩 등 해시태그를 달았다. 달걀과 파는 '달파'(문파·문재인 파)를, 멸치와 콩은 '멸공'을 연상케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자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장 보는 사진과 함께 "오늘 저녁 이마트에서 멸치, 콩, 자유시간. 그리고 토요야식거리 국물떡볶이까지. 멸공! 자유!"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인스타그램에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하는 영상과 함께 '멸공 챌린지'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신세계와 이마트 주식 커뮤니티에서는 정용진 부회장으로부터 촉발된 경솔한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소신 발언을 지지한다'며 두둔하기도 했다.

10일 신세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대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 금융
10일 신세계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대폭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네이버 금융 '신세계' 주가 차트 갈무리

이를 두고 국민의힘 당내에서도 '자중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당에 번지는 이른바 '멸공 인증' 릴레이에 "이쯤에서 멈춰주시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의 호남 출신 인사다.

윤석열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중한다. 그러나 좌우 막론하고 멸공을 외칠 때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때아닌 '멸공' 해시태그 놀이가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데 지금이 어느 때인가"라며 "멸공은 1950∼1960년대 한국전쟁 후 구호일 뿐 지금은 누가 뭐래도 남북 평화 공존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전날 '정용진 부회장을 응원한다'는 입장문에서 "그가 멸공을 하든 친공을 하든 관심이 없다. 그러나 권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국 기업 풍토에서 소신을 갖고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하는 용기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수 정치권에서 '멸공 챌린지'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을 올리는 게 유행으로 번지자 이를 우려하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