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오영수 "'세계 속 우리' 아니라 '우리 속 세계'"

10일 넷플릭스 통해 수상 소감 "생애 처음 내가 내게 '괜찮은 놈' 말했다"

10일(한국시간)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국내 최초 골든글로브 배우상을 수상한 오영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을 듣고, 생애 처음 내가 나에게 '괜찮은 놈이야'라고 말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거머쥔 배우 오영수(78)가 감사의 뜻을 담은 수상소감을 전했다.

10일(한국시간) 열린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부문 남우조연상을 받은 그는 넷플릭스를 통해 "이제 '세계 속의 우리'가 아니고 '우리 속의 세계'"라면서 "우리 문화의 향기를 안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슴 깊이 안고, 세계의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아름다운 삶을 사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오영수는 올해 세 번째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에 도전하는 '석세션'의 키에라 컬킨을 비롯해 '더 모닝쇼'의 빌리 크루덥, 마크 듀플라스, '테드 라소'의 브렛 골드스타인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했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처음이다. 2020년 '기생충', 2021년 '미나리' 출연진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한국 드라마나 한국 배우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오징어게임' 배우 이정재(왼쪽)와 오영수. 연합뉴스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이들 2개 부문은 수상하지 못했다.

같은 작품 주연으로 TV드라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이정재 수상은 아쉽게도 불발됐다. 이 부문 상은 '석세션'의 제레미 스트롱에게 돌아갔다.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 후보에도 올라 한국 드라마 최초 수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으나 '석세션'에 트로피를 넘겨줬다.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은 수상이 불발됐지만, 후보에 오른 것만도 한국 영화·드라마 초유의 기록이다.

오징어게임 출연진. 연합뉴스

비영어권 작품에 배타적인 성격이 강한 골든글로브는 지난해까지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을 뒀다.

이 때문에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1년 미국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는 작품상, 연기상 등의 후보에 오르지 못했고 '외국어 영화상'에 만족해야 했다.

TV부문 역시 지금까지 비영어권 작품이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이날 시상식은 골든글로브를 보이콧하는 할리우드의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골든글로브는 백인 위주의 회원 구성과 성차별 논란, 불투명한 재정 관리에 따른 부정부패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듯 오영수, 이정재, 황동혁 감독 등 '오징어 게임' 관계자들도 '코로나19 격리 부담' 등을 들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상식은 생중계하지 않은 채 홈페이지에 수상 내역만 공지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을 담은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