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장동 사업 이재명 지시’ 보도 제소한다고 진실이 덮이나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재판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측 주장을 보도한 30여 개 언론사들을 언론중재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 측 변호인은 10일 서울지법 형사22부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대장동 사업 구조에 대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인용해 "김만배 측 '이재명 지시에 따른 것'" "이재명 지시 따른 것" "이재명 방침 따른 것"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기사를 문제 삼은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권혁기 민주당 공보부단장은 "'대장동 김만배 이재명 지시'라는 헤드라인만 크게 뽑고, 우려했던 내용으로 채워진 반면 선대위 입장은 기사 끝 부분에 일부만 보도됐다"며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편집 방향"이라고 했다. 언론 자유의 정면 부정이다. 언론 자유의 핵심 중 하나는 기사 제목과 내용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편집권의 독립이다. 민주당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시'는 언론사가 '창작'(創作)한 게 아니다. 김만배 측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가 법정에서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변호사도 "법적으로 성남시가 일(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위는 자연인이 하는 것"이라며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의 지시에 의해서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는 맞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실관계에 입각한 정정보도를 요청한다"고 했다. 이 변호사가 법정에서 한 말과 다른 '사실'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더 근본적으로는 제목을 크게 뽑든 작게 뽑든 언론사가 판단할 문제이지 민주당이 이래라저래라 할 게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재명 지시'는 틀린 표현이며 '성남시 공식 방침'이란 표현이 맞는다"고 한다. 보도지침을 통해 매일 언론사에 사건이나 상황, 사태의 보도 여부는 물론 보도 방향과 내용 및 형식까지 구체적으로 결정, '가(可), 불가(不可), 절대 불가' 지시를 내린 5공의 언론 자유 말살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정권을 바꿔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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