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인지장애. 연령에 비해 기억이나 인지기능이 떨어지지만, 치매는 아니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진단명 자체가 만들어진 지 20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름은 낯설지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한 명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라는 통계를 들으면 새삼스러운 일로 다가온다. 환자의 10~15%가 매년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진행되며, 80%는 6년 안에 치매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누가 걸리느냐가 아니라, 언제 걸리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좌절하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연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한 국내 연구에서는 40%가 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1년 뒤 정상인지로 회귀했다.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진단해 치매로의 진행을 느리게 하거나, 정상으로 돌아가게 하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서울대와 미국 UCLA에서 인지·언어발달을 전공한 장유경 박사가 10년째 경도인지장애를 앓고 있는 엄마와 함께 보낸 시간의 기록이다.
엄마는 오늘도 방금 식사한 것을 잊어버리고, 반려견에게 밥을 주고도 또 주신다. 딸에게는 아들과 살아야하니 이사 나가라 하시다가도, 살뜰히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저자는 그런 엄마에게 툴툴거리다가 곧 후회하고, 뒤늦게 감사한다.
이처럼 저자는 엄마의 기억이 깜박깜박하기 시작한 때부터 엄마가 치매로 곧 돌아가시는 줄 알고 낙심하던 순간, 치매가 아니라서 안심하며 무심코 보냈던 시간, 엄마의 기억을 되돌리고자 혹시나 하고 시도한 다양한 방법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정리했다.
단기기억이 손상된 경도인지장애·알츠하이머 환자의 반복적인 질문에 대처하는 방법, 유산소·소근육 운동, 미술·음악치료, 손주 양육, 반려동물 등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도 책에 담겼다. 모두 저자가 엄마와 함께 살아내며 직접 경험하고 공부한 순간들이다.
어쩌면 이 책은 누구나, 반드시 겪을 수 있는 일에 대해 경험자가 미리 건네는 처방전이다. 멀리서 보면 정상인 듯 보이고 잠시 이야기해 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것같지만, 같이 살아보면 작은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뚜렷한 약도, 치료 방법도 아직 없는 탓에 어둠 속을 걷고 있다고 느끼는 환자 돌봄 가족과 막연히 불안함을 느끼는 독자 모두에게, 눈이 부시게 매 순간을 살아낸 저자와 엄마의 얘기는 깊은 울림과 일상의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264쪽, 1만5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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