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여 년 홀로 산 90대 할머니의 쓸쓸한 죽음

시신 상당히 부패된 상태로 발견돼…남편 숨지고 외부 단절하고 살아

소방 구급차
소방 구급차

경북 포항에서 외부와 단절한 채 10여 년을 살아온 90대 할머니가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12일 포항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5분쯤 포항시 남구 동해면 한 아파트에서 A(90) 씨가 숨진 상태로 경찰과 구급대원들에게 발견됐다.

당시 A씨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장판 등 온열기기가 켜져 있었을 것으로 예상하면 A씨가 숨진 지 5~7일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 온열기기의 영향이 없었다고 하면 적어도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병사 또는 자연사한 것으로 보인다"며 "부검 등을 통해 A씨가 숨진 원인, 시점 등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2006년 남편과 사별한 뒤 이제껏 홀로 지냈다.

주변 사람들과 친분을 맺지 않고 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A씨의 사정을 정확히 아는 이웃도 없었다.

자녀도 없이 홀로 사는 A씨의 딱한 사정을 아는 아파트 관리소장만이 가끔 A씨를 살펴보곤 했다.

A씨의 친구가 같은 포항에 살고 있긴 해도 수㎞ 떨어진 시내 쪽에 집이 있어, 연락이나 왕래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동해면 행정복지센터가 지역민 생일 이벤트를 하고자 노인들을 살피던 중 A씨를 찾게 됐고, 이때부터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A씨 집을 자주 방문하는 등 집중 관리하기 시작했다.

A씨는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은 듯했다. 지난해 9월 등 수차례 공무원들의 방문에도 문을 걸어 잠그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지난 6일에도 공무원이 A씨를 방문했지만 문은 잠긴 채 열리지 않았다.

동해면 사회복지 공무원은 A씨가 연락을 오랜 기간 받지 않자 지난 11일 경찰에 신변확인을 요청했고, 119 구조대원들과 함께 현장에 출동해 강제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미 A씨는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은 뒤였다.

동해면 관계자는 "사회복지에 오래 근무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겪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A씨의 장례도 무연고자로 치러질 수 있어 그게 더 슬프다. 친인척이 나타나 시신을 수습해준다면 A씨도 우리도 위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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