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종교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적대·분열 치유 역할을 못했다"며 뒤늦은 자성의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 정치가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반성과 함께 종교계 협조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7대 종단 지도자 간담회에서 "한국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통합과 화합은) 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며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론 분열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잘 이끌어 주기를 부탁한다"며 "우리가 한마음으로 서로 격려하며 위기를 넘는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으로 나가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큰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금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 여러분께서 함께 힘을 합칠 것"이라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종교 지도자들과 만남에서 할 수 있는 원론적 당부로 볼 수도 있으나, '선거 시기'라고 특정한 만큼 최근 대선 정국과 관련한 우회적 지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측의 네거티브 공방이 격해지며 혼탁·과열 양상이 고조되는 등 진영 간 대립으로 국민통합이 멀어지면 국가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를 '종교인과 대화'라는 형태를 통해 양측에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이 다가오면서 여러 차례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도 "적대와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같은 날 각계 인사와 화상 신년인사회에서는 "상생과 통합의 힘으로 2022년을 선도국가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했다. 심지어 지난 연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단행하며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한 것은 취임 후 네 번째로 2019년 10월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인 대한불교천태종 종정 도용 스님,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류영모 목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이범창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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