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의 올해 설 선물세트 구성 전략은 고급화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코로나19가 이어지면서 대면 만남보다 선물로 대체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이번 설 명절부터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의 농수축산물 선물 가액 범위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다. 통상 사전 예약기간의 품목·판매량 등을 파악한 뒤 본 판매 물량을 준비하는 유통업계는 고급 선물의 수요가 증가돼 관련 물량도 예년보다 더 늘렸다고 했다.
◆백화점 이번 주부터 본 판매 시작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이번 주부터 설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끝마치고 본 판매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번 설 선물세트의 공통 키워드는 한우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물 가액이 10만원으로 정해졌을 때는 국내산 농축산물로만 구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면서도 "이번 설은 20만원까지 가능한 탓에 한우 품목이 여느 때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한우 등 정육 선물 세트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특히 프리미엄 선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고, 10만원대부터 300만원대까지 정육 선물을 20만 세트 준비했다. 300만원을 호가하는 한우 세트인 '롯데 L-No.9 프레스티지 세트'와 200만원짜리 '롯데 L-No.9 명품 세트'가 한정 판매된다. 간편 소포장 세트 품목 수는 확대됐고 롯데백화점 지정 농가에서 준비한 세트도 2배 이상 품목 수를 늘렸다. 롯데온에서도 26일까지 한우를 최대 20% 할인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오는 14일부터 본 판매에 나서는 신세계백화점도 프리미엄을 앞세웠다. 한우와 굴비 등의 물량을 지난해 설보다 20% 늘렸고 유명 맛집, 특급 호텔과 협업한 선물세트도 2배 이상 확대했다고 했다. 유통가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비건과 관련된 선물도 늘렸고 종이 바구니·에코백 등 친환경 포장도 강화했다.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전용 상품도 늘렸다. 26일까지 SSG닷컴의 신세계백화점 전용관과 신세계몰에서 설 선물세트를 구매하면 최대 100만원까지 SSG머니로 돌려주는 사은 행사도 연다.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대표 선물인 한우를 역대 물량인 7만3천 세트를 준비했다. 곡물을 끓여 먹이는 방식으로 키운 화식 한우 등 상품을 강화하고, 굴비와 참돔, 전복 등 수산물 세트도 지난 설 때보다 10% 더 늘렸다. 한우 스테이크와 불고기 세트, 전통식품 명인이 담근 장류로 맛을 낸 양념육 선물세트도 준비했다고 했다. 한국 전통주 10여 종과 와인 선물세트 등도 판매한다.
◆올해 설 선물세트 키워드는 '프리미엄'
유통가는 청탁금지법상 농수축산물 선물 가액 범위가 기존 두 배 상향인 20만원으로 조정된 것이 프리미엄을 앞세우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설·추석 명절 기간에 한해 농수축산물 선물 가액 범위를 상향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이에 10만~20만원 사이 금액대를 형성하고 있는 선물세트의 판매가 두드러졌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전체 선물세트 판매실적이 12.6% 는 가운데 10만~20만원 미만 상품 매출은 49.7%로 크게 올랐다고 13일 밝혔다. 이마트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설 선물세트 판매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5% 증가했다. 10만~20만원대 선물세트 매출이 45.8% 늘었다.
설 선물세트를 예약 판매→본 판매 순서로 진행하는 백화점들은 순항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예약 판매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60% 올랐다. 주류가 108% 늘었고, 굴비 등 선어세트와 정육도 각각 78%, 55.1% 올랐다. 신세계백화점도 예약 판매 매출이 69% 증가했는데 축산이 69.3%로 가장 높았고 수산(68.6%), 주류(66.5%), 농산(63.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현대백화점도 예약 판매에서 지난해 대비 103.2% 신장됐다. 청과(593.4%), 생선(383.%), 정육(179.4%) 등 품목이 잘 팔렸다.
◆유통업계 국산 농축산물 구성 증가…농가는 환영
선물 가액 확대로 국산 농축산물로 설 선물세트를 구성하는 유통업계가 늘자, 농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선물가액 상향에 따른 소비 증진 실적이 뚜렷해 그 효과가 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물 가액 변동은) 국산 농수산품의 판매 장려를 위한 것으로 유통업체는 그 뜻을 헤아려 명절 선물 구성·판매에 신경써달라"고 밝혔다.
다만, 선물 가액 기준이 때에 따라 변하면서 공직사회의 청렴 등 기강 확립을 위해 마련됐던 법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일부 직급이 낮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어차피 우리는 10만~20만원대 선물을 받을 일이 없는데 욕을 얻어 먹고 있다"는 목소리가 직장인 커뮤니티 앱 등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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