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유혹의 포퓰리즘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중국 인구 가운데 6분의 1이 탈모 고민을 하고 있으며 이들이 완전 탈모 상태가 되면 그 면적이 서울시 면적의 10배에 가깝다는 기사를 봤다. 그만큼 탈모인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겠다. 우리나라도 잠재적 탈모 인구가 1천만 명이라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내놓아 탈모인들 반응이 뜨겁다. 치료제 부담이 크니 반색할 만한 공약이다. 하지만 탈모 치료에 재정을 투입하면 의료보험 도움이 더 절실한 이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대선이 달아오르면서 후보마다 돈 많이 드는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임대료 나눔제, 신생아 출산 부모 급여제, 사병 월급 200만 원 지급 등 돈 풀기 공약 행렬에 가세했다. 이 세 공약을 지키려면 매년 28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선심성 공약은 대선 때마다 나오지만 올해 대선은 유독 정도가 심하다. 국가 재정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매머드급 공약들인데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식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평균 비율이 110%인데 우리나라는 44%이니 괜찮단다. 위험천만한 사고다. 1997년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은 12%인데도 외환위기를 맞았다.

게다가 지금은 해외발 긴축 및 자산 버블 꺼짐, 인플레라는 거대 삼각파도가 닥칠지 모르는 위험한 시기다. 이런 리스크를 염두에 둔 보수적 재정 지출이 필요한 시기인 셈이다. 미국 증시만 해도 대공황 직전 때와 닷컴 버블 때보다 지금의 버블이 더 심각한 상태다. 국제 금리가 오르고 통화 긴축이 시작돼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가면 우리나라 같은 비기축 통화국은 발작에 가까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명색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이런 위험에 대해 어떤 안목과 대비책을 갖고 있는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 빚은 국가가 내지만 정치인이 갚지는 않는다. 내 주머니 돈 아니라고 갖은 생색내며 빚을 내자는 것은 미래 세대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장밋빛 환상 속에서 선심성 돈 풀기에 여념 없는 대선 주자들을 보는 국민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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