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탈원전 정책 거슬렀다고 보복성 인사…당장 철회하라

경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감사를 했던 유병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이 비(非)감사 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인사 조치됐다. 유 국장은 2020년 월성 1호기 사건 감사를 맡아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제성 평가 조작을 밝혀내고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구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문제점을 원칙대로 감사한 유 국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두고 보복성 인사 비판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에서도 탈원전에 대한 비판적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문제로 최근 한 간부가 인사 조치됐다. 탈원전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한 자료를 낸 책임을 물어 한수원 이인식 기획본부장을 한수원 산하 방사선보건연구원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감사원은 유 국장 인사에 대해 "개방형 직위인 감사연구원장에 (스스로) 지원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임용됐다"고 했다. 하지만 유 국장이 차기 인사에서 산업·금융감사국 등 다른 감사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성 1호기 감사로 정권에 미운털이 박혀 좌천된 것이란 데 더 무게가 실린다. 이 본부장 인사에 대한 한수원의 "후배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는 해명 역시 의문스럽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한 연설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를 국민의힘 의원 측에 제출한 게 좌천 인사 요인으로 꼽힌다.

두 사람의 인사 조치는 어처구니없다. 탈원전 정책을 거슬렀다고 보복성 인사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정권 코드에 맞추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인사"라는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탈원전 정책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이를 거슬렀다고 보복성 인사를 남발하는 것은 공직사회를 위축시키고 오염시킨다는 점에서 큰 잘못이다. 원칙대로 감사를 하고 사실에 입각한 자료를 낸 것을 문책의 빌미로 삼아 인사를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명백한 부당 인사이고 권한 남용인 만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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