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 미간을 한층 찌푸린 채 침대에 누운 고태정(가명·64) 씨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새어 나온다. 고 씨의 몸은 많은 암 덩어리가 장악한 상태다. 약을 털어 넣자 통증은 가시지만 마음은 온종일 무겁다. 사실 고 씨가 견디기 힘든 건 암 통증이 아닌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다.
같은 시각 고 씨의 아내 민세화(가명·62) 씨는 길거리 노점상에서 어묵을 팔고 있다. 새벽부터 꽂은 어묵 꼬치는 몇 시간 째 국물에 푹 담겨 있다. 어묵 꼬치 몇 개라도 더 팔아 남편 약값에 보태야 하는데 길거리엔 도통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암 투병만 20년
고 씨는 건설업을 했다. 솜씨가 좋아 고객이 많아지면서 고 씨는 건설 사업체의 사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곧바로 IMF가 터졌다. 타격은 고 씨네 사업장에도 미쳤다. 첫 사업의 활약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수천만원의 빚을 얻게 됐다. 그래도 아내와 자식은 먹여 살려야 했다. 전국의 많은 일용직 건설 공사장을 오가며 생활비를 간간이 벌어갔다.
그즈음 자꾸 배가 불러왔다. 먹은 것도 크게 없는데 가스가 자주 차고 팽만감이 가득했다. 한참을 소화제를 먹고 버티다 뒤늦게 찾은 병원에서 대장암 3기 판정을 받았다. 힘겹게 항암치료를 끝내고 다시 일터를 전전하던 차 직장암, 식도암, 담도암까지 차례로 왔다. 든든한 남편,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던 바람과 달리 고 씨는 자꾸만 무너졌다.
의사는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고 했지만 어언 20년을 투병 중이다. 무엇보다 어린 자녀에게 매일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고 씨는 요양원 생활을 반복했다. 돈이 없었기에 최대한 돈이 적게 드는 병원을 찾아다녔다. 그곳은 창살 없는 감옥 같았다. 매일 아픈 환자의 신음을 들어야 했다. 말동무 하나 없이 입만 꾹 다문 채로 지냈다. 그렇게 멍하니 세월을 보냈다. 지난해에는 요양원마저 부도를 맞았다. 더 갈 곳이 없어 집으로 돌아왔다.
◆노점상 하는 아내, 생활 어려운 자녀
아내 민 씨는 더욱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했다. 아픈 남편 대신 당장 돈을 벌어야 했기에 어묵 노점상을 시작했다. 민 씨는 매일 새벽 5시부터 밤새 꽂아둔 어묵꼬치를 들고 나가 밤 10시가 넘어서야 들어온다. 이제 허리마저 심하게 굽어 제대로 펴는 것조차 힘들고 무릎도 나간 지 오래다. 고 씨는 누워있는 게 미안해 아픈 몸을 이끌고 아내의 노점상으로 가지만 '들어가라'는 아내 잔소리에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기를 반복한다.
고 씨는 딸과 아들에게 고개를 차마 들지 못하겠다고 했다. 자녀에겐 아픈 모습과 아내를 고생시키는 모습만 보여줬다. 이제 자녀들은 모두 서른이 넘었지만 그들 역시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어 죄책감은 더 깊어진다. 몇 년 전 딸이 결혼할 때도 한 푼도 보태주지 못했다. 모두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생활은 잘 풀리지 않았다. 결혼한 딸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고 있고 아들은 도통 취업이 안 돼 5년 전 호주로 건너갔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
자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지만 갈수록 생활은 더 어려워진다. 코로나19로 민 씨의 노점은 장사가 안돼 월 50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여기에 고 씨의 기초생활수급비 50만원을 더해 월세, 약값을 감당하고 있지만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다. 게다가 고 씨의 어머니마저 뇌병변장애로 요양원 생활을 하고 있어 고 씨가 모조리 감당해야 한다.
집 곳곳에도 곰팡이가 잔뜩 끼었고 천장 벽지는 뜯어져 방바닥으로 향한다. 집주인에게 수리해달라고 했지만 집을 고치고 월세를 더 올리겠다는 말에 그냥 이대로 살기로 했다.
고된 삶을 나타내듯 고 씨의 이마엔 여섯 줄의 주름살이 움푹 패여 있었다. 연신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쏟아내던 고 씨 뒤로 유리가 깨진 집 창문에서 찬바람만 들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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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걸린 아내 돌보는 태국 남편 칸텝 씨에 2,687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태국에서 한국으로 돈 벌러 왔지만 아내가 희귀질환에 걸리면서 생활고로 막막한 칸텝(매일신문 1월 4일 자 10면) 씨에 2천687만3천95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PTP대구챕터 500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안현숙 5만원 ▷이창영 5만원 ▷이현목 3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춘기 아들 홀로 키우는 청각장애인 엄마 윤효정 씨에 2,128만원 성금
가정폭력으로 남편과 이혼한 뒤 사춘기 아들을 홀로 키우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청각장애인 엄마 윤효정(매일신문 1월 11일 자 10면) 씨 사연에 44개 단체 196명의 독자가 2천128만8천5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빛명상본부 6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매일신문20기독자위원회일동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정훈)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PGA골프파*(양선호)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현대전산인쇄㈜(이기복)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산교회(김명묵)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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