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꼰대라고 할까봐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말해봤자 꼰대라고 하겠죠?" "꼰대 소리만 들을 것 같아서 가만히 있었어요."
최근 들어 직장인 후배들에게서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몇 통 받았다. 편집자든 디자이너든 하는 일은 제각각 달라도 모두 10~20년 차 경력으로 나름의 직책을 맡고 있는 이들인데, 대개 넋두리가 비슷하다. 이러저러한 상황이 있었는데 후배들의 행동이나 업무 대처 우선순위가 우리 때와는 달라 당황했다.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려다가 꼰대 소리나 들을 테니 아무 소리 않고 말았는데 이래도 될까요"라는 류의 고민이다.
언젠가부터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기성세대를 속되게 말하는 '꼰대'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되었다. 일방적으로 남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고지식한 사람을 비하하는 용도로 쓰이는 이 말은 '꼰대스럽다'(자신의 경험만 근거로 그것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남을 가르치려 드는 데가 있다는 의미)는 형용사로 활용되거나 '꼰망주'(꼰대와 유망주의 합성어로 꼰대로 발전하기 직전의 젊은 사람), '꼰대가르송'(꼰대와 꼼데가르송의 합성어로 30, 40대 꼰대 상사) 등의 신조어로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들의 푸념섞인 이야기를 들으며 어떤 내용은 '그래, 말 안 하길 잘했어'라고 싶었고, 어떤 상황은 '그래도 짚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기분 나쁘게 듣지 말고…"로 시작하는 말이 "이제부터 기분 나쁜 소리 시작한다"로 해석된다는 세상이니 어지간하면 입을 다물게 된다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그럼에도 안타깝다.
하루 이틀 함께 일할 것도 아니고 몇 년은 공동의 성과를 위해 함께 일할텐데, 짚어줄 것이 있다면 일단은 조언이든 충고든 하는 것이 일을 먼저 배운 선배가 마땅히 할 일이 아닌가. 게다가 아무 말 잔소리와 업무적 조언은 엄연히 다른데 요즘은 이것조차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혼동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꼰대 대처 노하우로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손꼽은 것이 '개인적 친분을 쌓지 않는 것'이고, 자신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가장 많이 한 노력이 '말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두 가지 모두 관계에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방책이다. 그래서 말수를 줄이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개인적 친분을 경계하면 건강한 사회생활이 펼쳐지는 것일까. 과연 조언과 꼰대스러운 말이 구분되는 경계는 어디일까.
김혼비 작가는 '다정소감'에서 "남에게 충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믿지만, 남의 충고를 듣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꼰대가 되어가는 걸 모르고 사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더불어 정말 두려운 일은 내 삶의 터전에서 말을 줄이고 귀를 닫아 닫힌 세상에서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과 의견을 나누며 함께 성장하는,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과 시간마저 아예 차단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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