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만성 코로나(long Covid)를 아십니까

김수용 신문국 부국장
김수용 신문국 부국장

아직 우리나라에선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지만 외신을 통해 접하는 코로나19 뉴스 중에 '만성 코로나'(long Covid)가 눈에 띈다. 얼핏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점차 변이를 거듭하면서 독감처럼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는다는 의미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상당히 무서운 말이다.

만성 코로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12주 이상 다른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상 증세가 지속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보고된 증세만 200가지가 넘는다. 극심한 피로, 숨 가쁨, 심장 두근거림, 가슴 통증, 환각, 기억력 상실, 미각이나 후각 이상, 관절 통증 등이다. 뇌에 안개가 낀 듯 몽롱하고 멍한 상태(Brain Fog)도 대표적 증상 중 하나다.

백신이 없던 대유행 초기에 감염된 미국과 유럽 환자 상당수가 만성 코로나로 고통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럽 코로나19 감염자 10명 중 1명이 감염 12주 이후에도 후유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300만~1천만 명이 만성 코로나 환자일 수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진단은 쉽지 않다. 외신 기사에 등장하는 한 30대 여성은 코로나 회복 후 숨 가쁨, 하루 15시간 수면, 기절 등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았고 뇌 MRI, 심장 초음파, 폐 엑스레이, 위내시경, CT 검사까지 했지만 결국 원인을 찾지 못했다.

이런 환자 보고가 이어지자 영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19가 급성 호흡기질환만이 아니라 만성질환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 환자의 약 88%가 한 가지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후유증, 즉 만성 코로나를 경험했다.

환자들이 증상을 호소하는 기간도 천차만별이다. 감염 후 2~3주 정도 가벼운 증상을 호소한 뒤 회복한 사람도 있었고, 두 달이 지나서 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치료 후 서너 달이 흐른 뒤에 올 수도 있다. 거의 반년가량 만성 코로나 증상이 지속된다는 보고도 있다. 워낙 도깨비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시기에, 일관성을 찾기조차 어려운 증상으로 나타나다 보니 환자들은 두려움에 떤다.

만성 코로나의 진짜 공포는 일상 회복이 안 된다는 데 있다. 영국국립보건연구원 산하 레스터생의학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퇴원 후 5개월이 지났을 때 완전히 회복됐다고 느낀 환자는 조사 대상의 25.6%였고, 1년 후엔 28.9%였다. 1년이 흐른 뒤에도 10명 중 7명은 증상을 호소했다는 뜻이다. 증상이 조금씩 나아졌는지, 비슷한 강도로 지속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1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가 만성 코로나와 무관할지에 대해 아직 모른다고 답한다. 무증상으로 넘어간 환자들도 한참 뒤에 수개월간 만성 코로나 증상을 보인 사례도 있다. 원인은 불명확하다. 아직 가설이지만 초기 증상이 사라진 뒤에 바이러스 잔재나 유전물질이 몸속에 남아 만성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통제가 안 되는 과잉 면역반응에 의해 생긴 염증이나 혈액순환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연구진들의 공통 의견은 있다. 만성 코로나를 막으려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즉 방역 수칙 준수와 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미국 확진자가 감소세를 보일 것이고, 유럽에선 엔데믹(endemic: 종식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발생하거나 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도 않았으며,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