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동네 목욕탕이 사라진다…눈물의 코로나 줄폐업

코로나 이전 대비 매출 절반↓…2년새 대구서만 47곳 문닫아
상·하수도요금 체납은 2배, 도시가스요금체납은 10배 급증

25일 오전 수성시장네거리 인근 한 목욕탕의 셔터가 닫혀 있다. 이곳은 지난해 8월 폐업신고를 했다. 김윤기 기자
25일 오전 수성시장네거리 인근 한 목욕탕의 셔터가 닫혀 있다. 이곳은 지난해 8월 폐업신고를 했다. 김윤기 기자

25일 오전 대구 수성시장네거리 인근 한 상가 빌딩.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철제 셔터로 굳게 닫혀 있었다. 이 건물 지하에서 지난 25년간 영업을 이어오던 목욕탕은 지난해 8월 폐업신고를 했다. 같은 빌딩 5층에서 목욕탕과 같은 상호로 운영하던 실내운동시설 역시 문을 닫으면서 안이 텅 비어 있었다. 내부 기둥에는 '10월부터 수도 및 가스요금이 대폭 인상되니 불필요한 온수 사용을 줄여달라는 안내문만 남아 있었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매출이 급감한 동네 목욕탕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대구시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이달까지 대구에서 폐업신고를 한 '목욕장' 업소는 47곳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문을 연 목욕장은 6곳에 그쳤다. 폐업신고는 지연되는 경우가 적잖기 때문에 실제로 문을 닫은 업소는 더 많을 수 있다.

수성구 범어천네거리 인근 한 목욕탕 업주는 "코로나 이전 매출과 비교하면 반도 안 된다. 임대료 같은 고정비는 줄일 수도 없어 주변에 문을 닫은 목욕탕이 많다. 나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면서 이용객들이 겪는 불편이 적지 않다. 경북대 인근 원룸촌에 거주하는 A씨는 "집에서 씻기 어려운 환경이라 목욕탕 정기권을 끊어 쓴다. 주거환경에 따라 목욕탕이 꼭 필요한 사람들도 있는데 휴·폐업하는 곳이 늘어 걱정"이라고 했다.

대구시내 목욕탕들 중 상당수는 상하수도 및 가스요금도 못낼 정도의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4천300만원 선이던 목욕탕 체납 요금은 올해 1월 기준 7천700만원선까지 급증했다.

대성에너지에 따르면 모텔, 사우나, 헬스장 등이 쓰는 도시가스 '일반용 2부문' 체납건수는 2019년 연말 9건에서 올해 1월 159건으로 17배 넘게 폭증했다. 같은 기간 체납금액은 1천859만여원에서 1억7천300여만원으로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이들 업체의 경영난이 코로나 사태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고 사회기반시설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납부기간을 연장해주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성에너지 관계자도 "가급적 납부유예 신청을 받아주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도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대구시 관계자는 "오는 3~5월 3개월 간 목욕탕의 상하수도요금 및 물이용분담금을 50% 감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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