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40권이 넘는 한글 번역본으로 나왔다고 한다. 마키아벨리와 관련된 책이 출판계에서는 하나의 산업이 된지 오래고, '군주론'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이라는 말까지 있다.
이 책에서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마키아벨리즘이 나왔다. 군주는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군주론의 첫 문장은 '군주'(Principe)로 시작한다. 군주는 1인자이자 지배자이며, 통치자이자 리더로 통한다. 마키아벨리즘이 아직도 우리 주위를 어른거리는 것을 보면 우리 인류는 남을 지배하고, 통치하고자 하는 본성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이해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다윈이 만들지 않았다고 항변해도 그 말은 진화론의 대명사가 되었다. 물론 적자생존이 신체든 정신이든 우월한 자가 더 잘 생존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연세계에는 우월한 자가 없고, 다윈이 말한 '적자'란 '국소적 환경에서 적응 능력'이라고 강변해도 우리는 여전히 자연 세계를 양육강식의 현장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 세계를 생존을 위한 투쟁으로 이해한 헉슬러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자연의 세계는 검투사의 쇼와 같다. 생물은 정정당당하게 싸움을 벌이며, 가장 강하고 날래며 교활한 녀석이 다음날 또 다른 싸움을 맞이할 수 있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은 강자와 지배의 논리로 자연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인류는 오늘까지 타인을 지배하고 자연을 다스리는데 힘을 쏟아왔다. 타인을 지배하지 못하고, 자연을 다스리지 못하면 불안해하고 우울해한다.
그런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런 우리의 자제력을 극한까지 몰아세우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만 해도 백신이 나오면 이 재난이 끝날 줄 알았다. 적어도 1차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기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델타 변이, 오미크론 변이 등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2차 백신을 접종하고, 부스터샷까지 맞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과학 전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백신을 개발하고, 먹는 치료제를 내놨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다스리고 지배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발생과 더불어 나온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진화론자들은 20만 년 전 호모사피엔스 외에 최소 4종 이상의 다른 종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 4종의 호모 가운데는 우리보다 더 큰 뇌를 지닌 종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다른 종은 다 사라지고 우리만 남았다.
결국 뇌의 크기가 생존의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생존의 조건이 뇌의 크기나 강인함에 있는 것이 아니고 다정함에 있다고 했다. 다정함은 다른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나 행동이고,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것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자기를 내어주는 자가 살아남는다.
바이러스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과학의 힘을 아무리 동원해도 기묘한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없다. 진정한 힘은 다정함과 온유함에서 나오고, 심지어 약함 가운데 있다. 이제 지배하고 다스리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타인과 자연을 받아들여 공존의 길을 걸어가는 데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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