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려진 얘기지만 기업 관계자들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 사이에 취업 남방한계선이라는 유행어가 있다. 남쪽으로 내려가야 한다면 사무직은 판교까지만 간다고 판교 라인, 엔지니어는 기흥까지만 간다고 기흥 라인이라 하여 지리적·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착하는 세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말이다.
'서울민국'이라고 자조하며 서울망국론까지 제기된 것도 오래전 일인데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수도권은 가속 팽창하고 지방은 가속 소멸하고 있다. 지금 전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50.2%와 지역내총생산의 52.5%가 몰려 있다. 우리나라 1000대 기업 중 74%, 100대 기업 중에는 91%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고 한다. 산업이 첨단화할수록 인재와 네트워크 생태계가 필요하고 기업들은 또 이들을 따라 서울로, 판교로 찾아든다. 기술 창업자들이 초기에는 지방에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이르면 인재 확보와 더 큰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전을 고민한다고 한다. 관련 대기업과 사람들이 밀집한 지역에서 시작해야 성장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10억 원 이상을 투자받은 스타트업 기업의 90%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이유다.
대구경북도 심각한 상황이다. 2021년 1월 행정안전부에서 전국 89곳을 인구 감소 위기 지역으로 지정·고시하였는데 경북은 산하 23개 시·군 중 16곳이 지정되어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대구의 2개 자치구를 합치면 대구경북이 전국의 20%나 차지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을 살펴보니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도로 순유입된 인구가 거의 60만 명에 육박하는 반면, 같은 기간에 경북은 3만6천여 명, 대구는 6만6천여 명이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와 지역 유세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균형발전'이 중요한 정책 공약 테마로 떠오르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금 국가적 과제인 지역 양극화의 추세나 본질과는 다소 간극이 있는 접근 방법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지금 발표되는 공약들은 한 권역 내의 현안과 소지역 갈등 해소 방안들은 되겠지만 소위 서울공화국을 개조할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하기에는 빈곤함이 보인다. 물론 지역 현안 해결도 필요하고 소지역 내 갈등 해소도 중요하다. 그러나 20년 후를 내다본다면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초양극화의 혁파는 더 담대하면서 국가적인 결단이 필요한 일이다.
2020년 10월에 발표한 통계청의 인구 전망(2017∼2040)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사이에 세종 10만여 명, 충남 약 3만 명, 충북은 1만3천여 명이 순유입되고 있다. 장기 전망을 보면 2047년 경기, 세종, 충남, 충북, 제주, 인천 등 6개 시도의 인구는 증가하고 나머지 11개 시도의 인구는 감소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를 보면 독자들께서 청년 남방한계선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하시리라 생각한다. 반면에 대구경북의 경우 2047년 대구는 부산과 함께 생산연령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지역들 중 하나가 될 것이고, 경북은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47년 45.4%에 달해 전남, 강원과 함께 가장 고령화된 지역이 될 것이라 한다.
당장 눈에 보이는 미래가 이럴진대 왜 충청권에만 가면 균형발전의 사활이 걸린 것처럼 국운을 걸 듯한 정책 공약들이 쏟아지는지? 또 공약대로라면 수도권은 더욱 빨라지고 연결성은 더 긴밀해지며, 일자리는 가일층 늘어나게 생겼다. 대한민국을 위해 모두 필요한 정책들이다. 다만 지역 공약들이 재탕 삼탕 되풀이되고 있다는 찜찜함을 떨칠 수 없는 대구경북인들에게도 통 크고 근본적인 대안들을 내놓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법률 국회 통과 등도 처리해야 할 시급한 과제들이다. 청년 유출로 존폐 위기에 빠진 지역 대학들과 지방을 되살릴 수 있는 과감한 해법으로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들은 학부를 폐지하여 대학원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지역 대학들은 학부 중심 체제로 운영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니 눈여겨봄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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