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국립근대미술관 최적지는 대구

오상국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오상국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오상국 대구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지난 1월 25일 대구간송미술관 기공식이 열렸다. 대구간송미술관이 건립되고, 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대구국립근대미술관이 유치되면, 대구미술관과 함께 '고대-근대-현대'를 잇는 시대별 시각예술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충분히 그럴 만하다. 대구는 한국 근대미술의 태동지이자 대한민국 미술의 중심 도시라고 자부할 수 있는 곳이다. 100년이 넘은 한국 근현대미술사 속에서 대구 출신 작가들을 빼고는 근현대미술을 논하기 어려울 정도다.

개화기 이후 서양 문물이 들어오고, 새로운 학문을 배울 수 있었던 사람들은 당대 지식인층이었다. 일본 유학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만난 새로운 문물, 새로운 예술 장르를 대구에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석재 서병오를 비롯한 서화가들은 교남시서화연구회를 결성해 우리의 시서화(詩書畵)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같은 시기 이상정, 서동진 등 서양화 1세대들이 받아들인 새로운 기법을 이인성, 이쾌대 등 천재 화가들이 대구를 중심으로 활약하며 융성시켰다. 대구를 근대미술의 중심 도시라 자타가 인정하는 이유다.

특히 민족 정신과 선비 정신의 빛나는 정신으로 시작된 대구 미술과 그 맥을 이어오기 위해 노력한 많은 선배 미술인 덕분에 한국 미술은 태동할 수 있었다.

서예와 사군자 분야의 석재 서병오, 서양화 근대미술의 기반을 다진 이상정, 서동진, 이인성, 이쾌대 등은 일제강점기 시대를 앞서간 예술인이었다. 이들의 예술적 재능과 활약을 되돌아보는 곳이 '국립근대미술관'이다.

대구 지역 예술계에서도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을 대구에 유치하고자 노력했고 그 열기를 이어 국립근대미술관 대구 유치를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역량을 결집해 나가고 있다.

선배 미술인들의 생애와 작품활동, 어느 지역보다 결속력 있는 미술단체 결성 등을 통해 지역의 문화가 가장 빛나던 시대는 그저 주어지지 않았다.

일본 유학을 마치고 대구로 돌아온 서동진은 미술교습소에서 미술 지도를 해 서양화단에 괄목할 만한 활약을 한 이인성, 김용조 등 당시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했다.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길러내 그들이 국내 화단에서 새로운 기틀을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후원과 관심을 주며, 한국 미술사에 큰 업적을 남겼다.

이들은 작품활동에 개방적이었고 열린 사고로 예술활동을 이어갔다. 새로운 문물을 빠르게 수용했고 서로 연대했다. 새롭게 받아들인 예술 세계를 나누고 공유하는 데 스스럼이 없었다. 근대 대구를 대표하는 미술단체 '향토회'와 '영과회' 등의 활발한 활동이 이를 증명한다.

그렇기에 새롭게 자리할 '국립근대미술관'은 개방적이어야 한다. 무명의 청년 작가들에게 문호를 적극적으로 열고 이들을 키워내야 하는 자리여야 한다. 선배 미술인은 그렇게 했다. 근대미술의 태동기부터 굴곡진 근대사의 어려움 속에서도 강한 개방성과 개성적인 특성을 구축해 왔다.

단순히 근대미술품의 전시 공간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국립근대미술관은 파리 시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처럼 누구나 다시 가보고 싶은 미술관으로 되어야 한다. 국내외 작가들의 교류 공간이면서 시민들의 휴식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문화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는 창조와 소통의 공간, 예술 문화의 수도 대구에 국립근대미술관이 유치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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