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월 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구 중·남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28일 결정하면서 일찌감치 표밭을 갈고 있던 출마 예정자들이 그야말로 '대혼돈'에 빠졌다.
출마자들은 대체로 "당선 후 복당하겠다"며 무소속 출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날까지 국민의힘에서만 10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만큼 이번 결정으로 선거판이 '보수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는 구도로 짜여질 전망이다.
◆ "당선되면 복당" 무소속 러시
갑작스런 소식을 접한 출마자들은 일단 표면적으로는 대부분 "당의 입장을 이해하고, 당선돼서 돌아오겠다"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하는 데 무게를 뒀다.
당장 최대 거물로 꼽혔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부터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당선돼 돌아오라는 것이 당의 명령"이라며 출마 의지를 분명히 했다. 김 최고위원은 매일신문과 통화에서 "무소속 출마에 부수되는 어떠한 희생이라도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며 최고위원직까지 던지고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임병헌 예비후보는 "탈당해서 끝까지 선거에 임하고 당선 순간에 바로 입당하겠다"고 말했고, 도태우 예비후보도 "감수하고 선거를 완주해 정치 혁신의 열망을 현실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인선 예비후보도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고, 만 20세 출마자로 화제를 모은 강사빈 예비후보도 "기성세대의 잘못으로 또 젊은층이 피해를 보게 됐다. 오늘(28일) 당장 탈당신청서를 내고 선거를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중·남구 보선은 국민의힘에서만 두 자릿수의 후보가 언급됐던 곳인 만큼, 이들 중 상당수가 무소속 출마를 선택한다면 '보수 무소속' 후보들이 본선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선거 컨설팅업체 엘엔피파트너스 이주엽 대표는 "보수 무소속 후보 난립으로 지역을 대변하는 지도자를 뽑는 게 아니라 인지도 높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일종의 인기투표를 하는 선거로 흘러갈 개연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명분 있나" 속내는 복잡
그러나 실제 각 캠프는 긴급 회의에 들어가는 등 복잡한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
일단 국민의힘이 무공천 명분으로 곽상도 전 의원의 사퇴에 따른 '책임정치'를 내걸었다는 점부터 탈당 예고자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곽 전 의원이 아들의 고액 퇴직금 논란으로 사퇴해 발생한 보궐선거에 책임을 진다는 취지에서 무공천 방침을 냈는데, 정작 국민의힘 소속 출마자들은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당선 후 복당'을 내거는 것은 이 명분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권영세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탈당 후 무소속 출마에 관해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도 "다만 지금 당원이신 분들은 이 취지를 받아들여 대선 선거운동에 매진해주기를 바란다"고 거리를 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진정한 보수의 책임정치라면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 지 생각해야 한다"며 "또 그 나물의 그 밥, 기득권으로 인식될 개연성이 있고 대선 국면에서 선당후사 대신 개인의 입신양명에만 집착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예비후보들 역시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박성민 예비후보는 "곽 전 의원의 잘못을 반성한다는 취지로 무공천 방침을 세운 것인데, 이를 어기고 무소속으로 나가는 것은 결국 개인 영달을 위한 것이라고 본다. 명분이 서지 않는다"며 사실상 출마 철회를 시사했다.
또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우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책임있는 당 지도부가 자신의 선거를 위해 직을 던지고 탈당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선 보수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는 형태로 선거판이 재편되면 표가 분산돼 전략공천으로 당력을 집중할 더불어민주당에 '일격'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읽힌다.
이날 선관위 등록을 마친 백수범 민주당 예비후보는 "유불리는 알 수 없지만, 나쁘지 않은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무소속 당선 뒤 복당을 금지한다면 모를까, 이렇게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는 것은 무공천 취지를 무색케 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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