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이 설 연휴가 시작됐다. 하지만, 전국적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으로 가족들의 만남과 분주한 설 명절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정부 방역 당국에서도 설 연휴가 코로나19 방역 고비의 기점이 될 것으로 우려하면서 고향 방문 자재와 방역수칙 철저 등을 주문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도 역병이나 전염병이 창궐할때는 집안 행사를 포기하거나, 기제사나 차례를 지내지 않아도 예를 벗어난 것이라 여기지 않았다.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일기자료 가운데 역병이 유행하는 탓에 설과 추석 등 명절 차례를 생략했다는 내용이 담긴 일기도 찾아볼 수 있다.
경북 예천 초간 권문해 선생이 지은 '초간일기' 1582년 2월 15일자에는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행하지 못하니 몹시 미안했다"고 적고 있다.
또, 경북 안동 하회마을의 류의목은 '하와일록' 1798년 8월 14일자에서 "마마(천연두)가 극성을 부려 마을에서 의논해 추석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정했다"고 기록했다.
경북 안동 풍산의 김두흠 역시 '일록' 1851년 3월 5일자에서 "나라에 천연두가 창궐해 차례를 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처럼 예로부터 집안에 상(喪)을 당하거나 환자가 생기는 등 우환이 닥쳤을 때는 차례는 물론 기제사도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는 유교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상에게 제수를 올리는 차례와 기제사는 정결한 상태에서 지내야 하는데, 전염병에 의해 오염된 환경은 불결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역병이 돌 때 차례를 비롯한 모든 집안 행사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보다 전염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사람간의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여 전염병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었던 셈이다.
이와함께 대표적 유가(儒家)인 퇴계종택의 차례상이 일반 집안보다 제수가 간소해 차례와 제례에 대한 마음가짐으로도 충분히 조상에 대한 기억과 감사 예법에 어긋나지 않은 것으로 밝히고 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2017년부터 제례문화의 현대화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서(禮書)와 종가, 일반 가정의 설차례상에 진설하는 제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통 예서와 종가에 비해 일반 가정의 차례 음식이 평균 5~6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례문화의 지침서인 '주자가례'에 따르면 설날은 새로운 해가 밝았음을 조상에게 알리기 위해 간단한 제수를 진설하고 예를 갖추는 일종의 의식(儀式)이다.
그래서 설날과 추석에는 제사를 지낸다고 하지 않고 차례(茶禮)를 올린다고 한다. '주자가례'에서는 설 차례상에 술 한 잔, 차 한 잔, 과일 한 쟁반 등 3가지 음식을 차리고 술도 한 번만 올리며 축문도 읽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전통 격식을 지키는 종가의 설 차례상 역시 '주자가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안동 퇴계 종가에서는 술·떡국·포·전 한 접시, 과일 한 쟁반 등 5가지 제수를 진설한다. 과일 쟁반에는 대추 3개, 밤 5개, 배 1개, 감 1개, 사과 1개, 귤 1개를 담았다.
'주자가례'에 비해 차가 생략됐고, 떡국과 전·북어포를 추가했다. 일반 가정의 차례상에는 평균 25~30가지의 제수가 올라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일은 종류별로 별도의 제기에 각각 담았으며 그 외 어류와 육류, 삼색 채소, 각종 유과 등이 추가됐다.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우리 제례문화도 시대의 변화와 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주자가례'나 종가처럼 술과 떡국, 과일 한 쟁반을 기본으로 차리되, 나머지는 형편에 따라 약간씩 추가해도 예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며 "요즘과 같이 전염병이 창궐할 때는 조선시대 선비들처럼 일상의 변화를 통해 차례의 예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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