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근육테크

박일형 의학박사

박일형 의학박사
박일형 의학박사

42.195㎞의 마라톤 코스를 2시간 10분 내외로 주파한 이봉주 철각이 허리를 펴지 못하여 수술까지 받았으나, 여전히 구부정하여 전 국민이 가슴 아파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우리 몸에는 흰색과 붉은색의 두 가지 근육이 있다. 울퉁불퉁한 바캉스용 근육이 흰색 근육이고 장거리 육상선수의 지구력이 좋은 근육은 붉은 근육이다. 붉은색 근육도 과도하게 사용하면 반드시 풀어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근육이 섬유화되기 쉽다.

'9988'(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기)을 위해서는 뼈, 관절, 근육 등 세 가지 축이 튼튼해야 한다.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과 관절이 퇴화하는 퇴행성 관절염은 20여 년 전부터 예방과 진단, 치료법도 개발되었으나 근육이 약해지는 근감소증은 최근에야 집중 연구가 이루어지고 치료법도 개발되었다.

'근육'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근육테크'는 근육에 투자해야 '9988'할 수 있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만큼 노년의 근력 강화는 중요하다. 근감소증은 근육량이 줄어들고 근력 및 기능이 감소하여 신체 활동 능력의 저하, 일상생활 기능 유지의 어려움, 낙상과 골절 위험 증가, 그리고 그에 따른 장기요양시설 입소와 사망률의 증가로 이어지는 상태이며 질병이다.

특히 면역기능과 폐활량 감소를 유발하여 폐렴 등 감염의 위험이 증가하고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 고혈압 같은 대사증후군과 순환기 질환도 많아진다. 최근에는 근감소증이 치매의 위험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2016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정하여 병명 코드(M62.84)를 부여하였고 우리나라도 2021년 질병 코드를 부여함으로써 질환으로 인정하였다.

근육량은 20, 30대에 최대이고 그 이후에는 감소하지만 70대에는 10%씩 감소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근육량이 많지만 소실 속도는 남성이 훨씬 빠르고 하지가 상지보다 심하다. 문제는 근육량 감소보다 근력 감소가 더 빠르고 남성에서 심하며 70대에는 25~35%나 근력이 감소한다. 결국 70대는 남녀를 불문하고 40, 50대의 절반도 안 되는 근력이 된다.

그 결과 음료 뚜껑조차 따기 힘들어진다. 비만 정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가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표현하듯이 근감소증지수는 사지 근육량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표시한다. 근육량은 전신 DXA(골밀도검사 최고 기종)가 표준검사이나 BIA(인바디 등) 검사도 인정된다. 간단하게 근감소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손의 악력, 장딴지 둘레 측정, 의자에서 일어나는 시간 측정, 6m 보행 속도, SARC-F 설문조사, 한쪽 다리로만 서 있는 시간 등 여러 방법이 있다.

근감소증의 치료는 운동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운동치료는 저항성운동(resistance exercise)이 가장 효율적인데 부위별 근력을 증강시키는 운동 설비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 타기는 코어 근육을 증강하는 가장 좋은 저항성 운동이며 스테퍼(stepper)보다 무릎이나 발목 관절의 부담이 적다. 보폭을 넓히면 뇌의 전두엽 혈행이 증가되므로 인지기능 유지에 도움이 되고 같은 거리를 걸어도 운동량이 훨씬 많아진다. 과체중이거나 허리나 다리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무중력 러닝머신이나 물속에서의 걷기가 좋다. 약물치료는 비타민 D, 성장 호르몬 등이 있으나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에 의해야 한다.

문화부 jeb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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