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두 번째 설날을 맞이하였다. 올해는 '검은 호랑이의 해'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자 전래동화의 단골손님이다.
어린 시절 우리가 기억하는 호랑이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며 으르렁거리는 무서운 동물이면서 "곶감"소리에 놀라 혼비백산하는 반전 있는 동물이었다. 또한, 호랑이는 죽어서도 가죽, 뼈, 수염, 이빨, 발톱 등이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고 전해 내려온다.
1613년 허준이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정리한 '신찬벽온방'에서는 호랑이 머리뼈를 베개 근처에 두고 자면 전염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하였다. 과연, 호랑이의 신체가 코로나도 물리칠 수 있는 것일까?
새해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건네는 덕담은 아마 "올해도 건강하라"라는 말일 것이다. 과연 '건강'이란 무엇일까? '건강'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었지만 세계보건기구는 '단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새해 덕담으로 건네는 '건강하세요'라는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코로나 대유행을 비웃기나 한 듯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른 아침부터 외래가 북적거린다. 환자들은 저마다 설날 선물로 받은 듯한 보따리를 풀어 형형색색의 건강식품을 꺼내 놓고 질문을 쏟아낸다.
이를 대변하듯이 건강기능식품시장 규모는 꾸준히 성장하여 2021년 5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여 20% 이상 확대된 수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한 번 이상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다고 답했으며, 매년 건강기능식품 구매에 가구당 평균 31만 3000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열기와는 달리 상담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환자가 건강기능식품과 건강보조식품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식품은 건강에 좋다고 인식되는 제품을 통칭하는 말이고 건강보조식품은 보조 역할을 한다는 명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모두 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한 식품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을 말한다. 중요한 것은 건강기능식품이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과 건강을 유지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 또한 의약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약품은 질병을 치료 또는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품으로 건강기능식품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일부 환자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을 너무 신뢰한 나머지 반드시 복용해야 할 의약품을 외면하는 데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건강'이라는 단어가 환자에게 오히려 잘못된 믿음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한때, '건강을 위해 석기 시대 식사로 돌아가자'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수명이 석기시대인보다 긴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로장생'을 위한 신비의 명약을 찾던 진시황이 아직 살아있다는 괴담을 믿는 것이 아니라면 증거 중심 현대의학의 성과를 외면할 이유는 없다. 전문 의약품이 '무병장수'를 약속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유병장수'는 가능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해 동물원에서도 구경하기 어려운 호랑이의 머리뼈를 찾아 나서기 보다 현대과학의 성과를 믿고 기다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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