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게 세상일이다. 인생이란 계획대로 되는 게 많지 않다고도 한다. 개인이 아니라 나라로 그 범위를 확장하면 미래는 더욱 예상하기 힘들 게다. 요즘 어느 때보다 시야가 흐리다.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고 닥친 문제들 탓에 좀처럼 앞이 보이질 않는다. 주요 화두인 부동산 문제, 즉 집값 전망도 그렇다.
며칠 전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흐름을 짚었다. 우리 경제의 기초는 어느 때보다 튼튼하지만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게 우려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출렁이는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물가가 치솟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와 서방 국가가 무력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액화천연가스 등 에너지 시장, 각국 주식 시장 등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에 눈길이 쏠린다. 현재로선 긴장이 빨리 완화되리라 보긴 어렵다. 서유럽 정상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돌파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가 확산 일로인 것도 경기를 전망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10일 확진자 수는 5만 명을 넘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 경기가 더 침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렇다고 강화했던 방역 조치를 단기간에 완화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미 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존 1.0%였던 기준 금리를 1.25%로 인상했다. 물가 상승,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흘러간 '금융 불균형' 문제, 미국이 통화 긴축을 서두르는 점 등이 기준 금리를 인상한 이유라고들 한다. 추가로 금리를 올릴 거란 전망도 많다.
이렇게 복잡한 상황들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견이 분분하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것도 변수. 후보들은 저마다 부동산 관련 공약을 내놓으며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집값 문제는 국민들이 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이미 고공 행진한 집값 탓에 적지 않은 이들이 고통을 겪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를 올리며 얘기한 것처럼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한 것은 사실. 주택 거래량도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다만 가격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인지, 즉 집값 하락 추세가 계속될지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목돈이 오가야 하는 만큼 주택을 언제 구입할지, 팔아야 할지는 중요한 문제다. 앞서 얘기한 이유들로 앞을 예측하긴 쉽지 않다. 다만 단기적으론 지역 집값이 더 내릴 거라는 의견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최근 3~4년간 공급됐던 물량이 입주를 앞둔 데다 신규 공급 물량도 적지 않아 미분양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
반면 아파트 분양가가 쉽게 떨어지진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가격 그래프가 우상향한다는 것이다. 물가 인상에 따른 자잿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건설사들이 공사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움직임 등이 더해지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일단 3월 대선으로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변할지 살피는 게 먼저다. 지금 집값이 내림세지만 선거 후 세금과 대출 규제가 완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결국 (뻔한 얘기일 수 있지만) 집을 사려면 좀 더 상황을 신중히 살펴 결정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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