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 표의 의미
곽경화 경상북도선거관리위원회 위원(법무법인 삼일 변호사)
9일은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는 날이다.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모든 국민이 투표권을 가지고 이를 행사함으로써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모든 국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영국은 시민 혁명을 통해 민주정치가 확립됐지만 신분, 재산, 성별 등에 의해 정치 참여가 제한적이었다. 이후 정치에서 제외된 여성, 농민, 노동자 등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투쟁했다.
차티스트 운동은 1838년부터 1840년대 후반까지 영국의 노동자들이 보통 선거권 획득을 위해 전개한 참정권 확대 운동이다. 1838년 런던 노동자협회의 중심 인물인 '윌리엄 러빗'(William Lovett)과 그 동료들은 '모든 성인 남자에게 선거권을 주자'라는 내용을 포함한 인민헌장을 제시하고 서명운동을 벌인 후, 이를 영국 의회에 청원했다. 차티스트 운동은 10년간 3번에 걸쳐 청원서를 제출했으나, 의회가 번번이 이를 거절함으로써 아무런 성과 없이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국 영국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 1867년에는 중소 상공업자, 도시 노동자들이, 1884년에는 농촌 노동자, 광산 노동자가 선거권을 획득함으로써 남성에 한정해 보통선거가 정착됐다. 차티스트 운동에서 주장한 것들이 대부분 실현됐던 것이다.
현재 존재하는 독립국 중에서 최초로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한 나라는 1893년 뉴질랜드이다. 케이트 셰퍼드(Kate Sheppard)의 주도로 수차례 여성 투표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의회에 제출해 가까스로 여성의 투표권이 인정될 수 있었다. 영국에서 모든 성인 여성에게 제한 없이 투표권이 인정된 것은 1928년이다. 에멀리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의 주도로 집회, 선전 활동, 낙선운동 등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 체포, 구금을 당하고 옥중 단식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은 1920년이다. 가장 최근에 여성에게 투표권을 인정한 나라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이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뒤 민주주의를 도입했다. 그 과정에서 1948년에 제정된 헌법이 모든 국민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했고 이에 따라 1948년 5·10 선거부터 성별, 신분, 재산의 소유 정도에 관계없이 일정한 나이 이상의 국민이 투표권을 행사하게 됐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보통선거가 정착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 투표권을 얻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희생하고 투쟁했다.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 진영이 여전히 검증과 중상모략, 선거전략과 권모술수의 모호한 경계를 왔다갔다 하느라 때로는 선거의 초점이 흐려지기도 하고, 집단·지역 이기주의, 과도한 경쟁, 갈등, 대립, 분열의 모습 등으로 인해 이미 지쳐 있는 우리를 더욱 피로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한 표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후보들의 정책을 살펴보고 선거 토론과 뉴스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은 오늘을 사는 나에게 역사적 사명과도 같은 것이다. 3월 9일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발걸음이 경북은 물론 전국 곳곳의 투표장으로 이어지길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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