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목마른 대기업들이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내벤처'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실험에 성공한 사내벤처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대구스케일업허브에 둥지를 튼 키즐코리아는 LG디스플레이에 뿌리를 둔 벤처기업이다. 버스나 택시, 골프카 등에 설치돼 탑승객들에게 광고나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송출하는 기기인 '미디어바'가 이들의 주력제품이다.
2020년 7월에 설립돼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회사지만, 작년 말 기준 전국 택시 2천300여 대에 미디어바를 도입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1월엔 세계 최대 규모의 IT 종합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김정희 키즐코리아 대표는 지난 2015년 LG 사내벤처 프로그램에서 사업화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창업 꿈을 꾸게 됐다.
모기업이던 LG디스플레이와도 굳건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김정희 대표는 "홀로 사업하면 춥고 배고프기 마련인데 사내벤처 당시 인적·금전적·기술적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며 "현재도 소비자와 생산자 관계로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미디어바의 주요 부품들은 LG 제품들로 구성돼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포스코에서 분사한 창업기업인 카본앤 역시 사내벤처 출신으로 큰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회사는 포스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고순도 액화탄산가스로 만드는 일을 한다. 액화탄산가스는 탄산음료나 드라이아이스, 용접용 가스 원료로 활용된다.
카본앤의 김상현 대표는 포스코의 '신제철 공정기술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사내벤처에 도전장을 냈다. 실무를 통해 쌍은 경험과 기술적 노하우를 이용해 직접 사업을 시작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사내벤처 육성 시스템은 이러한 열망에 날개를 달아줬다. 안정된 직장에서 월급을 받던 직장인이 직접 회사를 경영하면서 겪는 부담감을 대폭 줄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포스코는 사내벤처를 장려하기 위해 창업 휴직 제도와 함께 사업 실패 시에도 3년 이내에 회사로 복귀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며 "덕분에 실패에 대한 부담 없이 도전적으로 창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사내벤처 육성이 모기업과 창업기업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장한다.
전우석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창업팀장은 "모기업의 경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고,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로 심어줄 수 있다"며 "아직은 사내벤처기업이 완전히 대중화가 됐다고 보긴 어렵다. 모회사에서 이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좋은 벤처기업을 많이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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