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생리 빈곤'] 하루에 하나씩, 휴지로 돌돌 말아 대신하기도

'깔창 생리대' 사건 후 6년 지났지만 여전히 생리대 빈곤에 시달려
생리대 부족해 하루에 생리대 하나씩 쓰거나 휴지 말아넣어 갈음
생리대 지원금도 부족해 원하는 생리대 못 사, 코로나19로 더 어려워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생리 빈곤'이 다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한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의 일명 '깔창 생리대' 사건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청소년들이 생리대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거나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생리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저소득층 여성청소년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지원은 역부족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생리대 바우처'(생리대 구입비)를 사용하고 있는 청소년 A(17) 양은 최근 생리대가 모자라 하루 종일 생리대를 갈지 못했다. 생리 시기가 일정하지 않아 깜빡하고 생리대를 미리 구비하지 못했는데 마침 바우처 지원금이 떨어져 생리대를 당장 살 수가 없었다.

부모에게도 연락을 해봤지만 일터에 있어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친구 역시 생리대가 없어 휴지를 돌돌 말아 끼워 넣고 생활하고 있었기에 도움을 받지 못했다. A양은 하는 수 없이 몇 개 남지 않은 생리대로 남은 생리 기간을 버티기 위해 하루에 하나밖에 쓰지 못했다.

A양은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도 생리대는 너무 비싸게만 느껴진다. 친구들도 맨날 가격이 왜 이렇게 올랐냐고 비싸다고 한다"며 "여전히 생리에 대해 정보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이 많다"고 말했다.

미혼모 B(18) 양도 생리대 바우처 지원금이 넉넉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생리 양이 많아 아예 속옷처럼 입을 수 있는 팬티형 생리대를 원했지만 넉넉하게 구매하려면 월 1만 2천원의 바우처 금액으론 부족하다.

B양은 생활비로 생리대를 더 구매하고 싶어도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마저 잘리게 되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집 근처 편의점 생리대는 비싸기 때문에 매번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로 향해 가장 저렴한 생리대를 사는 게 일상이 됐다.

생리대 착용 방법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빈곤 가정일 수록 부모가 집을 비우는 경우가 많고 코로나19로 학교도 잘 가지 않았기에 학교 교사나 주위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다.

초경을 시작한 C(14) 양은 생리대를 얼마나 자주 갈아야 하는 전혀 몰랐던 탓에 30분마다 한 번씩 생리대를 갈았고, 생리가 끝나기 전 바우처 금액을 모두 소진하고 말았다.

대구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생리대 자체가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개인별 선호도가 다른데 생리대 빈곤에 놓인 여성 청소년에겐 생리대 구매 선택권이 없다. 최근 초경 나이가 빨라지면서 아이들마다 체형과 생리양, 기간 등이 천차만별인데 그에 반해 지원금이 부족하다"며 "구매할 수 있는 생리대 종류가 많아질 수 있도록 생리대 구매 지원금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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