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만큼 세태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IMF 외환위기 이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넘쳐 나던 2000년대 초반,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삼팔선(38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라는 말이 유행했다.
'이태백'과 '오륙도'는 이제 일상이 되어 새삼스럽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에서 기술 인재를 중심으로 정년 이후 고용을 연장하는 제도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올해 '시니어 트랙'을 도입하기로 한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내부 지침을 검토 중이고,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기술 전문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절벽을 겪고 있는 일본의 YKK와 미쓰비시케미칼 등은 정년 연장에 이어, 아예 정규직 정년 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스레 정년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셈이다.
직원 개개인과 기업이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정년 없애기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편승(?), 임기를 몇 달 남겨 두지 않은 문재인 정권이 정년 이후에도 일정 연령까지 고용 연장 의무를 기업에 부과하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중점적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참, 철딱서니 없는 문재인 정권이란 생각이 든다.
청년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 아비규환이다. 기업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필요로 하지도 않는 사람을 정년 이후까지 '강제로' 계속 고용하도록 한다는 것은 사회적 죄악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개입할 분야와 빠질 분야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좌파 정권의 특징인 것 같아 안타깝다.
MZ세대 사이에 '파이어'(FIRE)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적 독립, 빠른 은퇴'(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를 뜻한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모두가 오랫동안 일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국민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기업으로 하여금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면 된다. 올바른 선택은 국민 각자와 기업이 스스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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