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직의 인사적체로 시민들과 가장 밀접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저연차 순경이 줄고 있다. 같은 시기 간부 계급(경감)은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치안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10명이었던 순경은 2020년 369명, 지난해 323명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올해는 417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3년 전과 비교하면 32%(193명) 줄었다.
같은 시기 경북경찰청 순경계급은 2020년 1천925명에서 올해 2천52명으로 6.59% 늘었다. 서울경찰청도 2019년 4천955명에서 올해 4천461명으로 494명 줄었지만 감소 폭은 9.96%에 그쳤다.
지역의 순경 규모는 경찰공무원 선발인원에 크게 좌우된다. 대구경찰청은 정원 대비 과원 상태로 분류돼 충원이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대구 순경 선발인원은 217명으로 전국 5천159명 가운데 4.2% 수준이었다가 지난해는 94명(1.9%)으로 더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지구대장급 간부 계급인 경감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2019년 535명이던 경감은 2020년 622명, 지난해 777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1천68명으로 네 자릿수까지 치솟았으며, 3년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경감 인원이 급속도로 늘어난 이유는 최근 '근속 승진'의 요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경위(지구대 팀장)에서 경감으로 승진하기 위해선 근속기간 10년이 요구됐지만 지난해부터 8년으로 단축됐다.
경찰서에선 현장 대응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역의 한 경찰관은 "2인 1조로 순찰하더라도 역동적인 순경 등 젊은 계급과 경험 많은 간부가 상호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재는 간부들이 많아 조화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폭증하는 경감 수에 지휘체계에 혼선이 생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경감은 "지구대장부터 순찰팀장도 경감인 지구대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올해는 부팀장도 경감인 지구대가 일부 있다"고 말했다.
내부 사기도 급격히 떨어졌다. 또 다른 경감은 "사건 발생 시 지휘체계 확립이 중요한데 경감이 경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다 보니 상명하복 체계가 무너졌다"며 "경감을 달더라도 주요 보직으로 갈 수 없으니까 최근 인사 때마다 아쉬워하는 이들이 적잖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경찰 조직의 인사 적체를 원인으로 지적하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류준혁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천 흉기 난동 사건'을 보더라도 40대 중반의 경위가 범인을 제압하지 못했다"며 "현장에는 젊은 사람들 위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늘어나는 경감 수와 달리 보직은 부족해 갈등이 발생한다"며 "경찰 내부적으로 정원 대비 보직을 받지 못한 경감 비율을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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