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대선 후 ‘대장동 특검 수용’ 또 언제 뒤집을지 모를 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대선 결과가 어떻든 민주당은 172석의 힘으로 대장동 특검을 수용시키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책임총리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대선 결선투표제 등에 대해 "의원총회를 통해 이것을 추인해서 정치 교체를 뒷받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020년 4·15 총선에서 거대 의석을 차지한 뒤 민주당은 각종 법안을 마구 통과시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을 제정할 때는 '야당의 공수처장 거부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여권 단독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야당의 추천위원 거부권을 박탈했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역시 국회법 절차를 생략하고 통과시켰다. '임대차 3법'도 야당의 반대 속에 여권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2020년 7월 35조 원의 역대급 3차 추경안 역시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정권 호위용 법안' '선심성 법안'은 특급으로 통과시킨 민주당이 '대장동 특검'은 집요하게 막아 왔다. 그래 놓고 대선 후에 하겠다고 한다.

책임총리제, 중대선거구제, 대선 결선투표제는 '정치 발전'을 위해 논의해 볼 만한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행태로 볼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완주를 유도하기 위한 쇼라고밖에 볼 수 없다. 2019년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2020년 총선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제도를 적용하면 당시 거대 양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의석수가 줄어들고, 정의당 등 군소 정당들은 의석수가 늘어나게 돼 있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킨 뒤 총선에서 위성 정당을 만들어 의석을 쓸어 갔다. 공수처법 등에 협력한 정의당을 배신하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이다.

그뿐인가. 자신들의 귀책 사유로 발생한 보궐선거에는 후보를 내지 않겠다더니 당헌 당규를 바꾸어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냈다. 정치는 말이고, 약속이다. 필요에 따라 말하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면 이미 정치를 포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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