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공공의료에 소중한 한 표를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공공병상 확보율
지난 2년 민간병상 확보에 들인 손실보상비 3조원
'공공의료 강화' 위한 소중한 한 표 행사해야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대구의 코로나 마지막 환자 한 명까지 우리 병원이 치료해야지요."

2년 전, 코로나19 최전선이었던 대구의료원 간호사의 말씀을 잊을 수 없다. 확진 환자가 급증하자 대구의료원은 신속하게 병동을 비우고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했다. 의료진도 방호 장비도 부족했지만 350명이 넘는 입원 환자를 치료하면서 선별진료소도 24시간 운영했다.

"어려운 이들에게 이런 역할을 하라고 우리 병원이 있는 거지요."

7년 전 만성신부전증으로 쓰러진 캄보디아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입원을 부탁할 때 들었던 대구의료원 사회사업팀 담당자의 말씀도 잊을 수 없다. 대구 시민들이 모아준 성금으로 이주노동자는 형의 한쪽 콩팥을 이식받을 수 있었지만, 대구의료원의 도움 또한 컸다. 수술 전 투석 치료와 각종 검사를 대구의료원이 맡았고, '의료 취약 계층 진료 지원 예산'으로 수술비의 일부도 지원했다.

이처럼 공공병원은 사스, 메르스 등 감염병 위기 때마다 '일차 의료 안전망' 역할을 해왔다. 아울러 노숙인, 쪽방 주민,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 우리 사회 의료 취약 계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마지막 보루' 역할도 맡아왔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많은 국민이 그동안 잊었던 '공공의료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현실도 알게 되었다. OECD 국가 평균적으로 71.6%의 공공병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체 병상의 8.9%만이 공공병상이다. 지난 2년간 전체 병상의 10%도 안 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약 80%를 치료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해준 공공병원이 없었다면 우리는 더 심각한 상황에 부닥쳤을 것이다.

'민간병상을 이용하면 되지 않느냐?'라며 공공병상 확충에 반대하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윤 추구의 무한 경쟁 속에 있는 민간병원이 감염병 환자 치료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병상이 부족할 때 서울의료원 마당에 컨테이너 병상까지 설치해야 했고, 정부에서는 민간 병원에 병상 동원령까지 내려야 했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아울러 지난 2년간 민간병상 확보를 위해 지불한 손실 보상비만 3조가 넘는다. 이 비용이면 300병상 규모의 공공병원을 약 20개나 지을 수 있다. 위기 때마다 민간병원에 읍소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공공병상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은 '시혜'가 아니라 국가와 지방정부의 '의무'다.

지난 2013년, 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가 적자를 이유로 103년 역사의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폐쇄하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결국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서부 경남의 확진 환자들은 멀리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이송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다. 코로나19와의 전쟁 한가운데에서 우리를 이끌 사령탑을 뽑는 선거가 연이어 치러진다. 각 후보가 '공공의료'를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어떤 청사진을 제시하는지 꼼꼼히 살피고 이번에는 '공공의료'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하지 않을까?

'투표는 바이러스보다, 백신보다 강하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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