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역대급 가뭄에 높아만 가는 산불 위험, 농업용수 걱정

예년에 없던 장기간의 가뭄으로 전국이 바짝 말라붙고 있다. 이번 겨울 내내 눈·비 소식이 뜸해 산과 대지, 대기가 바짝 마르면서 전국에서 산불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가뭄 영향으로 대기가 크게 건조해진 데다 바람마저 강하게 불어 실내외 화재 위험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농작물 파종 시기가 다가오면서 농업용수 부족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2개월간 전국 평균 강수량은 8.7㎜에 불과했다. 예년 평균치의 17% 수준이다. 특히 영남 내륙의 가뭄이 극심해 대구의 경우 비가 오지 않는 무강수일(無降水日)이 71일간 이어지는 등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최장 기록까지 갈아 치웠다. 날씨가 건조하니 화재 위험도 높아졌다. 경북에서는 올해 들어 16개 시·군에서 모두 38건의 산불이 발생해 433㏊의 아까운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산불 건수(26건)보다 12건 늘어난 수치다.

대구에서는 겨울 가뭄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2월 22일까지 모두 364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늘어난 화재 건수다. 걱정스러운 것은 가뭄이 당분간 더 이어지리라는 점이다. 대구에서는 2월 16일 0.1㎜ 비가 온 것이 이번 겨울 강수량의 전부다. 대지와 대기가 바짝 타들어 가고 있는데 기상청에 따르면 3월 9일까지는 비 소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3월부터는 봄철 산행객들이 많아질 텐데 산불 위험도 덩달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입산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농업용수 부족도 문제다. 이제 곧 올해 농사철이 시작되는데 파종 작업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올해 농사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한숨마저 나올 정도다. 비가 안 오는 것은 인력으로 어쩔 도리가 없지만 농업용수 공급 대책 수립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해야 할 몫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특단의 용수 공급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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