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경북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심상찮다. 거래가 절벽이고 미분양 물량은 나날이 쌓이고 있다. 1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 가구 수는 경북이 5천227가구로 전국 1위이고, 대구가 3천678가구로 전국 2위다. 특히 대구는 전국 광역시 가운데 유일하게 미분양 물량이 늘어났다(전월 대비 86% 증가). 작금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전국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대구경북의 미분양 물량이 전국 선두를 다투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
부동산 경기가 실물 경제에 곧장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런 미분양 상황은 지역 경제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앞으로의 아파트 공급 물량이다. 지금도 미분양이 심각한 판국인데 인·허가 건수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대구의 1월 인·허가 건수는 3천671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2배 늘었다. 상업지역 내 주상복합 용적률 제한 시행 유예기간(6개월) 도래로 무더기 인·허가 신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년부터 2025년까지 3년간 대구에 공급될 아파트 수도 5만7천378가구에 이른다. 2019~2021년 3년 동안의 공급 물량(3만8천47가구)보다 50% 늘어난 수치다. 대구의 주택 보급률과 지역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소화해 내기 힘든 비상식적 수준의 '공급 폭탄'이 향후 수년간 지역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에 따른 경제적 충격파가 얼마나 될지 걱정스럽다.
뒤늦게 대구시는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추진키로 하는 등 발등의 불 끄기에 나섰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잡겠다고 정부가 일괄적으로 묶어 놓은 조정대상지역에서 대구를 빼달라는 요청도 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지역의 미분양 사태는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에다 금리 상승, 공급 폭탄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주택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 폭탄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택시장 공급 과다로 지역 경제가 받을 충격을 완화시키는 연착륙 대책이 시급하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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