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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핵심지가 한 번에 2억6천만원↓…대구 아파트 값 끝 모를 하락세

대구 중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가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세표를 수정한 뒤 유리에 붙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중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공인중개사가 아파트 매매와 전세 시세표를 수정한 뒤 유리에 붙이고 있다. 매일신문 DB

#공무원 A(34·대구 남구) 씨는 최근 미분양이 난 지역 브랜드 아파트 무순위 청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른바 '줍줍' 기회를 버린 것에는 1~2년 사이 아파트 가격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는 "2년 전이었으면 무조건 완판 됐을 아파트들도 줄줄이 미분양인걸 보고 전세를 살면서 조금 더 기다려볼 생각"이라며 "지금도 이미 대구지역 물량이 많아 보여 나중에 가격이 1~2억 정도 더 떨어지면 그때 매매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전국 아파트 값이 2년 5개월만에 하락세로 접어든 가운데 유독 대구 부동산 시장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인식이 수요자들 사이에 확산한 데다 줄줄이 공급이 이어지면서 연일 하락세다. 대구 전지역이 사실상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묶여 거래가 활발하지 못한 점도 집값 하락에 한 몫하고 있다. 출구가 언제인지 가늠이 안돼 무주택자와 다주택자들 모두 불안에 떠는 모양새다.

수성구 범어동의 중심인 범어네거리의 모습. 매일신문 DB
수성구 범어동의 중심인 범어네거리의 모습. 매일신문 DB

◆ 범어네거리 핵심지 아파트 한방에 2억6천 ↓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의하면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범어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1월 1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13억6000만원보다 2억6000만원 떨어졌다. 해당 아파트는 신축에다, 이른바 대구의 강남, 수성구에서도 주요지역으로 손 꼽히는 범어네거리 인근에 위치해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17억 호가가 나오던 곳이었다.

인근 'e편한세상범어'도 직전 거래보다 7000만원 떨어진 7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대구 전지역에서 매매가 얼어붙은 가운데 타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구 대신동의 '대신센트럴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6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마지막 거래 6억4000만원(12월)보다 4000만원 떨어졌다. 최고가인 7억5000만원(2021년 2월)보다는 1억5000만원 하락한 수준이다.

북구 칠성동2가에 있는 '오페라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 전용 84㎡는 6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됐는데, 지난해 8월 마지막으로 거래된 7억8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떨어졌다. 침산동에 있는 '침산화성파크드림' 전용 84㎡는 지난달 5억4800만원에 팔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인 6억4000만원(10월)보다 9200만원 하락했다.

대구 전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 매일신문 DB
대구 전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아파트 건설 현장. 매일신문 DB

◆ 집값 고점 인식·공급 폭탄에 실수요자도 '주춤'

시장 전반에 확산한 침체 분위기와 집값 고점 인식 확산 등이 대구 집값이 주춤한 이유로 지목된다. 수성구 범어동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그동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과 함께 향후 몇년 간 초과 공급이 기다리고 있으니 집값이 계속 떨어질거라고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은 것 같다"며 "다주택자들도 대선 후 정부 부동산 정책을 기다리고 있어 지금 집을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 반드시 팔아야만 하는 이른바 '급급매' 물건만 거래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제공 플랫폼 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대구에선 올해에만 1만9812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1만6904가구보다 더 늘어난 수준. ▶2023년 3만2623가구 ▶2024년 2만494가구 ▶2025년 4261가구 등 내년부터 2025년까지 공급된 가구 수만 5만7378가구에 달한다. 2019~2021년 3년간 공급된 3만8047가구보다 1만9331가구(50.80%) 많은 수준이다.

2021년 7월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 2021년 7월 기준 확정 물량만으로도 평균 입주 물량을 크게 초과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여파로 계속해서 입주물량은 2022년 3월 현재도 늘어나는 추세다. 매일신문
2021년 7월 대구 아파트 입주 물량. 2021년 7월 기준 확정 물량만으로도 평균 입주 물량을 크게 초과한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여파로 계속해서 입주물량은 2022년 3월 현재도 늘어나는 추세다. 매일신문

대구가 규제로 묶인 점도 집값을 끌어내린 이유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2월 달성군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구시 전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었다. 심지어 수성구는 투기과열지구다. 규제지역이 되면 대출, 세제, 전매 제한 등에 제약을 받는다.

중구에 있는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출 규제가 심하고, 대구 대부분 지역이 부동산 규제로 묶여있어 집을 사고 싶어도 못 사고, 팔고 싶어도 못 파는 상황"이라며 "공급은 계속 늘어나면서 매물이 쌓이고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변화를 유심히 살피는 모양새다. 이 관계자는 "3월 대선을 앞두고 매도인, 매수인 모두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며 "대선 이후, 규제 변경 여부 등에 따라서 분위기는 또 바뀔 여지는 있다 "고 내다봤다.

대구 아파트 단지. 매일신문 DB.
대구 아파트 단지. 매일신문 DB.

대구 집값은 15주 연속 내리막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셋째 주(21일) 기준 대구 집값은 0.13% 하락했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15일) 이후 15주 연속 내림세다. 대구 8개 구·군 집값이 모두 내렸는데 달서구가 1.01%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동구 –0.74% ▷수성구-0.50% ▷중구 –0.48% ▷달성군 –0.40% ▷서구 –0.33% ▷남구 –0.29% ▷북구 –0.23% 순이다.

매물도 쌓이고 있다. 아파트실거래가 어플리케이션(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대구 매물 수는 2만7041건에 달한다. 연초 2만5782건보다 1259건(4.88%) 증가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1만8085건)보다는 8956건(49.52%)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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