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농산품 수출 환경 변화 대비해야

신용습 경상북도농업기술원장

신용습 경북농업기술원장
신용습 경북농업기술원장

'판매 걱정 없고 제값 받는 농산어업 환경 조성'. 경북도 민선 7기 공약은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 6억4천만 달러의 역대 최고 실적을 뛰어넘는 성과로 나타났다. 그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던 경북도의 농산물 수출은 딸기, 포도와 같은 신선 농산물이 성장을 견인했다. 딸기 '알타킹'은 맛과 향이 우수하고 저장성까지 뛰어나 프리미엄 딸기로 해외 바이어들의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샤인머스켓은 2014년 100만 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이 지난해 3천2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2020년 11월 우리 정부는 중국·아세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서명했다. 이들 국가 인구는 22억6천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30%, 무역 규모는 9조2천만 달러로 세계 교역의 24.5%에 달하는 '메가 FTA'를 체결한 것이다. 또 다른 메가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 중에 있어서 경북 농산물 수출의 시장성과 성장성이 더욱 커지게 된 것이다.

경북은 농산물 수출 확대를 위해서 국가별 선호도를 분석하고 생산, 저장, 유통 등 가치사슬 전반에 대한 전략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전 지구적 과제인 '탄소중립'은 국제 무역 질서를 재편하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수입 제품 가운데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 도입, 글로벌 기업의 'RE 100'(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캠페인은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EU 등은 앞다퉈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경북 또한 농업 분야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탄소 저장 신기술 발굴과 개발 기술의 적극적인 현장 적용을 계획하고 있다.

농업 분야 배출량의 28.4%를 차지하는 메탄가스 발생은 벼 재배 기간 물떼기하는 기간을 2주 이상 늘리고 논물을 얕게 걸러대는 재배면적을 10%까지 확대해 2025년까지 25만 톤(t), 2030년 이후에는 54만t 감축한다. 질소비료에 의한 아산화질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매핑(Digital mapping) 기술을 적용해 필지별로 토양에 있는 양분을 진단하고 적정 비료 사용 기준을 설정하고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화학비료를 대체할 수 있는 녹비작물을 선발하고 유기농 재배기술을 보급해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과수나무 등의 탄소 흡수량을 평가해 새로운 탄소 흡수원으로 활용하고 바이오차(Bio-char)로 만들어 토양에 투입하거나 피복작물 재배를 통한 토양 중 탄소 저장 능력을 향상시켜 농경지 온실가스 흡수 기능을 높이도록 추진한다.

RCEP, CPTPP 등 '메가 FTA'와 같은 글로벌 통상 환경은 신기후 체제 질서에 따라 재편되고 있어 탄소중립 시대로의 이행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탄소 제로 사회로 진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취약한 우리 농업 구조에도 피할 수 없는 위기가 될 것이다. 농업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배출된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것이 가능한 유일한 산업이다. 어떤 산업보다 탄소를 줄이는 산업으로 가능성을 가지므로 탄소중립을 위한 과감한 실천과 대전환으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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