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갈라치기 하고선 선거 막판 ‘통합정부’ 하자는 李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통합정부'에 열을 올린다. 이 후보는 서울 유세에서 "통합정부 구성, 통합의 정치를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한 데 이어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 국민통합정부 구성 등에 합의했다. 지난달 21일에도 "진영과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부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좋게 들리지만 공허하다. 어떤 정부가 '통합정부'인지 전혀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야당이 정부 구성에 참여하는 형태인데 야당이 각료를 얼마나 차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대한 이 후보의 생각은 알려진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의 '통합정부' 발언은 통합이란 단어가 갖는 희망적 의미를 자신에게 투영해 표를 모으려는 전술로 볼 수밖에 없다.

정작 이 후보의 행보는 통합과 거리가 멀었다. 국토보유세 공약에 대한 비판에 "국민의 90%는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다"며 기본소득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 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했다. 국민을 '가진 10%'와 '못 가진 90%'로 갈라치기 한 것이다.

인물과 사실에 대한 평가도 지역에 따라 180도 다르다. 이 후보는 지난해 7월 고향인 안동에서 "정치구조가 바뀌어 오히려 영남이 역차별받고 있다"고 했다. 12월에는 칠곡에서 "전두환이 3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했고, 대구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공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두환 경제 성과' 발언이 비판을 받자 즉시 (전두환은) 학살, 반란, 그 이후 비민주적 정치 행위까지 용서의 여지가 없는 중대 범죄자라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기 통치구조를 안전하게 만든다고 경상도에 집중 투자하고 전라도를 소외시켰다고 비난했다.

어느 말이 진심일까. 여기에서는 이 말 하고 저기에서는 저 말 하니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보는 것이 맞다. '통합정부'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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