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정원복 씨의 어머니 고 문대전 씨

105세 때 함지산 정상 등반 사연 매일신문에 실리면서 부러움의 대상 됐죠

정원복 씨와 어머니 고 문대전 씨(사진 오른쪽)가 지난 2016년 비슬산 참꽃축제에 갔을 때 찍은 사진. 가족 제공.
정원복 씨와 어머니 고 문대전 씨(사진 오른쪽)가 지난 2016년 비슬산 참꽃축제에 갔을 때 찍은 사진. 가족 제공.

"어머니, 아들 사랑하나요?" // "사랑하고 말고!" // "얼마만큼요?" //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한다" 말씀하시던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너무 보고싶습니다.

어머니가 소천하신 지 9개월이 지나가지만 집에서나 길을 갈 때도 일터에서도 어머니, 어머니를 부르게 됩니다. 내 마음속에는 어머니가 전부였기 때문이지요.

잠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면 고향에서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홀로 농사일을 하면서 저와 동생 뒷바라지를 해 주셨습니다. 고향을 떠나 대구에 온 지 몇 년후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생활했습니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나 어머니가 100세에 가까울 무렵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아들마저 몰라보는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그 때 제 마음은 '아차, 큰일났구나'하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나 중심에서 어머니 중심으로 손과 발이 되어드리며 어머니의 건강 회복을 위한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함께 걸으며 말동무, 스킨쉽, 산행에 집중했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공원과 등산로를 매일같이 다니며 어머니의 상태를 관찰했습니다. 북구에 있는 함지산 등산로를 수 년간 오르내리다보니 어머니 치매 증상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그 때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치매는 혼자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외로워서, 고독해서, 쓸쓸해서, 우울해서 치매로 발전하는 과정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 고 문대전(가운데) 할머니와 아들 정원복(오른쪽) 씨, 정 씨의 고향 친구 김기태 씨가 함지산 등산 성공을 자축하며 정상에서
2014년 고 문대전(가운데) 할머니와 아들 정원복(오른쪽) 씨, 정 씨의 고향 친구 김기태 씨가 함지산 등산 성공을 자축하며 정상에서 "만세"를 외치는 모습. 매일신문 DB

2013년 12월 중순경에 왠지 내 마음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4년은 어머니가 105세가 되는데 건강회복 기념으로 새해 1월 1일날 함지산 정상에 가볼까'라고 계획을 세웠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준비해서 운암지 입구에 도착해 고향 친구와 함께 함지산 정상까지 오르게 되는 사연이 매일신문에 실리면서 어머니와 나에게는 상상하지 못할 제2의 인생이 펼쳐졌습니다.

3~4일 후부터 전국 방송국에서 전화가 불티나게 왔습니다.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건강, 장수, 효에 대한 스토리가 알려지면서 가는 곳마다 칭찬과 박수를 한몸에 받으며 어머니와 나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런 사랑을 받을 만큼 잘한 것이 결코 없는데… 지극히 당연한 일을 했는데… 시대적 아픔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어머니와 평생을 살다보니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 눈과 귀가 늘 발달되어 있습니다. 우리 어르신 세대가 땀과 눈물로 희생과 봉사를 해 주셨기에 오늘 우리가 잘 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의 노후가 걱정없이 외롭지 않고 가족들의 보살핌과 사랑으로 행복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평소 어머님이 즐겨부르셨던 찬송가를 크게 불러봅니다.

"예수 사랑 하심을 성경에서 배웠네 / 우리들은 약하나 예수 권세 많도다 /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 날 사랑하심 성경에 쓰였네"

진리의 말씀을 믿기에 소망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한복음 11:25~26)"

횟집의 회는 맛있습니다. 피와 살이되고 에너지가 올라갑니다. 기회는 맛을 초월합니다. 영혼육을 풍성케 하고 행복지수를 높여줍니다. 후회는 아무맛도 없고 살아있는 동안 눈물만 흘립니다. 이제는 어머니를 섬길 수 있는 기회는 없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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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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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053-251-1580

▷이메일: lhsskf@imaeil.com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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