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내로남불 민주당의 윤·안 단일화 공격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금 국민의힘은 105석에 불과하고 민주당은 172석"이라며 "대통령 5년 임기 초기에 2년 1개월을 105석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 수 있겠느냐. 식물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무기로 대통령을 무력화시키고, 국정을 방해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 따른 충격과 위기의식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송 대표 발언은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하면 민의에 불복하겠다는 대국민 협박에 가깝다.

윤·안 단일화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이 도를 한참 넘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안철수 후보의 정치생명을 놓고 거래가 있었던 거 아닌가 이런 의문이 든다. 그러니까 기획된 협박 정치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음모론을 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단일화 합의가 발표되자 "자리 나눠 먹기 야합"이라고 비난하고, 안 전 후보를 두고 "단군 이래 최악의 거짓말쟁이"라는 악담까지 퍼부었다.

민주당이 야권 단일화에 반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선거 막판에 대형 악재 돌출로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단일화를 비판하고 공세를 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행태는 공당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품격은 찾아볼 수 없고 천박한 악다구니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중도층 표심을 붙잡을 수 없다.

내로남불이라는 점에서도 민주당 인사들의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안 전 후보를 붙잡기 위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공동정부를 내세워 구애에 열을 올렸다. 며칠 전 마지막 TV 토론에서는 안 전 후보에게 함께하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냈다. 안 전 후보가 이 후보와 단일화를 했다면 민주당은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 통합이라며 안 전 후보에게 찬사를 보냈을 것이다. 내가 하면 통합이고, 남이 하면 자리 나눠 먹기 야합이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문재인 정권의 끝없는 이중 잣대 적용으로 국민이 신물이 났는데 민주당은 대선 막판에 또다시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단일화의 옳고 그름은 민주당이 가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표로 판단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그릇된 언행을 당장 중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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