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 투표 이틀째인 5일 전국 곳곳의 사전 투표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과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투표하는 과정에서 투표 봉투 안에 기호 1번 이재명 후보에 기표한 기표지가 들어 있었다. 서울에서는 무려 3명이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확진자들이 항의하자 투표 보조원은 "저도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또 국민의힘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실무자의 단순 실수'라고 했다고 한다. 기가 막힌다. 모른다고 하고 단순 실수라고 하면 문제가 없어지나? 서울과 대구에서 이 후보에 기표한 투표 봉투가 동시에 발견된 사태는 선관위가 확진·격리자의 투표권 행사 준비에 얼마나 무신경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다. 전국 대부분의 확진·격리 유권자 사전 투표는 기표한 기표지를 확진자가 직접 투표함에 넣지 않고 선거관리원이 바구니나 쇼핑백에 담아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받은 선거인은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1명의 후보자를 선택하여 투표용지의 해당 칸에 기표한 다음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아니하게 접어 이를 회송용 봉투에 넣어 봉함한 후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158조 4항의 명백한 위반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기표 용지를 넣는 투표함이 일반 기표소에만 설치됐기 때문이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유권자가 자신의 투표용지가 사전 투표함으로 들어가는지 아니면 엉뚱한 곳으로 사라지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확진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항의하거나 투표를 포기하고 귀가한 것은 그런 우려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전 투표 대혼란은 중앙선관위가 왜 있어야 하는지 존재의 이유를 회의하게 한다. 일각에서는 확진자의 투표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불신을 일부러 키운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확진자들이 안심하고 자신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9일 본투표 전에 선관위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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