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울진·삼척 산불 이재민을 정치 쇼의 도구로 삼지 말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된 산불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3일째를 맞은 6일 진화 헬기 50대와 4천300여 명의 진화 인력이 투입됐지만 건조경보와 강풍주의보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600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오전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를 방문해 현장 상황을 보고받고 위로했다.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행동이다. 그러나 이미 초대형 산불 발생 초기 대통령이 '(인근)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를 할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을 감안하면 대응이 너무 늦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6일 페이스북에 "피해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전국의 민주당 지역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원봉사대를 조직해 줄 것을 제안드린다"고 했다.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을 위하는 이 후보의 진정성에 의문이 드는 일이 앞서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재민들을 위로한답시고 5일 새벽 강원도 삼척 원덕복지회관 제1대피소를 찾았다. 내 집을 잃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이재민들이 겨우 잠자리에 들지 말지 할 시간이다. 이쯤되면 위로라기보다 민폐에 가깝다. 이재명 후보와 캠프는 이재민의 입장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일정에 맞춰 이재민을 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윤 후보는 산불 발생 당일인 4일 밤 10시 40분 울진국민체육센터 2층에 마련된 대피소를 가장 먼저 찾았다. 식사와 이불, 담요, 생활물품 등의 보급에 어려움이 없는지, 그리고 코로나19 예방 시스템을 확인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제가 큰 힘이 되겠냐만은 그냥 손잡아 드리러 왔다. 국가에서 법에 따라 신속하게 화재가 진압되면 이분들의 주거를 다시 지어 드리고 절차가 빨리 진행되도록 촉구하겠다"고 했다. 진정한 정치는 보여주기 쇼(show)가 아니라,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작은 실천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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