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이제는 지방선거다

최두성 경북부장
최두성 경북부장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대형 이벤트 하나가 끝났다. 대선 운동 과정의 진영 간 갈등, 사전투표 부실 관리 논란 등을 떠올렸을 때 힘차게 나아갈 모습 대신 몰아칠 폭풍이 더 걱정되는 건 기우가 아닐 것이다.

진작부터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로 치부된 이번 대선은 상대 헐뜯기에 집중되며 누가 되더라도 후유증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었다. 거대 양당이 대선판을 이끌면서 자행한 분열로 인해 국민은 피로감에 휩싸였고 유권자들은 '차악'의 선택으로 내몰렸다. 불안한 미래가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승자독식'의 룰이 가져온 어쩔 수 없는 진흙탕 싸움이었다 치고, 결과가 나왔으니 선거 과정에서의 앙금을 삭이고 승자는 승자답게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녕을 위해, 패자는 승복하고 오로지 국가와 국민 앞에 놓인 산적한 과제 해결에 힘을 보태는 아름다운 '뒤끝'을 보여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긴 한숨 쉴 여가도 없이 우리는 더 중요한 이벤트 하나를 치러내야 한다. 6월 1일 지방선거다. 대선이 국가 방향의 틀을 잡는 선거였다면, 지방선거는 내 삶과 직결된 동네 일꾼을 뽑는 선거다.

지방은 인구 감소, 열악한 환경 등이 빚는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해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전국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대구경북에선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경북 16개 시·군과 도심공동화 현상으로 인구 감소가 잇따르는 대구 2개 구가 포함됐다.

통계청의 2020년 출생 현황 자료를 살펴보니 경북의 시 단위 6곳과 군 단위 4곳에서 단 한 명의 출생아도 태어나지 않았다. 332개 읍면동 중 106곳에서는 5명 이하, 165곳은 10명 이하였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겼다는 건 젊은 층이 없다는 뜻과 같아 마을이 없어지는 건 머릿속 우려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해답은 수도권에 집중화된 모든 것들을 지방과 나누는, 즉 지역 균형발전이다. 그러나 실현은 녹록지 않다. 되레 탈지방은 가속화하고, 수도권은 블랙홀처럼 이를 빨아들이고 있다.

포항과 동격시됐던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서울 시대'를 열려고 했던 것을 우리는 목도했다. 도시의 핵심 기업이 빠져나간 뒤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세계 유수 도시의 사례는 포항 시민들을 절규하게 했고 이를 반대하는 운동이 범시민적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이를 서울 언론들은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와 정치권의 기업 경영 간섭으로 규정하며 산업계의 입을 빌려 "떼쓰기가 도를 넘어섰다"고 폄하했다.

'왜 지방 소멸은 대선 이슈가 되지 않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한국 언론을 사실상 장악한 서울 언론이 지역 문제를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갈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이해하는 게 큰 문제라고 한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의 진단이 한 치 어긋남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정부마다 외쳐온 지방자치와 지역 균형발전을 메아리로 가둬 두는 게 아닌, 실천할 강단 있는 인물들이 설 무대 마련에 의미를 둬야 한다.

3개월도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눈을 부라리고, 내 삶과 고장을 지킬 자가 누구인지를 살펴야 한다. 4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이번 선택만큼은 '차악'이 아닌 '최고'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지방의 '불'을 켤 수 있는 건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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