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전기차를 모는 A씨는 전기차 충전구역에서 운전대를 돌리기 일쑤다. '완충' 시간을 훌쩍 넘겨 자리를 차지하는 '얌체 운전자'가 많기 때문이다. 8일 수성구청 전기차 충전구역에서 만난 A씨는 "충전이 끝난 차가 전화라도 받으면 다행"이라며 "완충 후에도 차를 안 빼고 연락도 안 받는 사람들이 많아서 답답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충전이 끝난 상태에서 충전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차에 대한 '불법 주정차' 단속이 본격화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도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이라 완충 알림 등 충전시스템과 운전자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친환경자동차법 개정안 시행으로 전기차 충전구역에서의 불법주차 및 충전방해 행위에 대한 단속이 가능해졌다. 내연기관차가 충전구역에 주차하거나 전기차라도 장시간 충전구역에 머무르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완속 충전기 기준 주차 후 14시간, 급속 충전기 기준 주차 후 1시간 이내에 충전구역을 떠나야 한다.
단속 기준은 강화됐지만 충전 여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단속 권한이 시에서 각 구·군으로 넘어갔으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서구, 남구, 달서구, 달성군은 이미 단속을 시행 중이고 동구, 북구, 중구, 수성구에서는 계도기간 운영 후 하반기부터 단속을 개시할 방침이다.
대구 한 구청 관계자는 "법률 개정안 시행 이후 계도장만 200~300장을 발부했고 관련 민원도 쏟아지는 등 단속에 대한 수요는 높다. 다만 관리 대상은 수백 곳인데 담당 공무원이 구·군별 1명뿐이다. 인력 충원 없이는 실효성 있는 단속이 힘들다"고 했다.
전기차 차주들의 원성도 여전한 가운데 단속보다는 운전자들의 인식과 충전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기차 이용자는 "완충 후 초과시간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없이는 제때 차를 빼기가 어렵다"며 "충전이 끝나면 알림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도 대구시 운영 충전소의 경우 회원가입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며 "보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하반기 중 비회원 고객까지 받을 수 있는 문자메시지(SMS) 알림 서비스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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