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곧 '러 원유' 수입 금지 발표, 불난 정유 주식에 기름 붓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프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프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백악관 제공].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8일(현지시간)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를 곧 공식 발표한다.

AP 통신은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 동부시간 10시 45분(한국시간 9일 0시 45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한 조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내용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조처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유럽 동맹국 참여 없이 독자적으로 수입 금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수입 금지에는 러시아산 원유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 석탄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재는 미국이 단독으로 행하는 것이지만 유럽 동맹국과도 협의를 거쳤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 의원은 CNN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전 세계의 휘발유 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이는 자유를 위한 대가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차원에서 초강력 조처로 분류되는 원유 수입 금지를 저울질해 왔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 원유 수입을 제한했다가 자칫 국제시장의 원유 공급망에 타격을 주고 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우려한 것. 미국의 심각한 인플레이션도 미국 정부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였다.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한 시위 참가자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그려진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한 시위 참가자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그려진 '평화의 상징' 비둘기 모습과 '전쟁을 멈춰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수입 원유 중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다. 또 휘발유와 디젤 생산에 필요한 연료유 등 석유제품까지 포함할 경우 8%가량이다. 미국은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시 대체 원유를 확보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경제제재 완화, 핵합의(JCPOA) 타결시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 중동의 원유 증산, 미국의 자체 증산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수출에서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 러시아 에너지 수입 중단은 러시아의 외화 획득 수단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조처로 분류됐다.

그러나 에너지 수급을 러시아에 기대는 형편인 유럽연합(EU)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금수 조처 동참을 놓고 회원국 간에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일부 회원국은 러시아 압박 강화 차원에서 이를 지지하지만,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가 특히 높은 독일 등은 유럽 경제와 시민 일상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EU는 올해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80%까지 줄이고, 2030년이 되기 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공급에서 독립하는 방안을 이르면 이날 발표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한 바 있다.

미국의 원유 금수 조처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에도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 역시 있다. 에너지시장 정보 제공업체 'JTD 에너지 서비스 Pte'의 존 드리스콜 수석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한국과 일본 같은 다른 미국의 동맹이 비록 취약성이 커지긴 하겠지만 미국의 수출 금지를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 기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고공행진 중인 국제 유가와 함께 관련 주식도 들썩이고 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일부 관련 주식이 이상 폭등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8일(미 동부시간) 오전 10시(한국 시간 9일 자정) 국제 유가는 이날 또다시 5% 이상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25달러를 넘어섰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정부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이날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가가 다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는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뉴욕증시는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가능성에 국제 유가가 폭등한 영향으로 하락했다.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51포인트(0.11%) 하락한 32,782.87을 나타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78포인트(0.21%) 떨어진 4,192.31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49.73포인트(0.39%) 밀린 12,781.23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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