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핵·국제관계 등 ‘민족’ 아닌 ‘국가’ 입장에서 접근해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보다 앞서 윤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백악관은 곧바로 축하 메시지 발표와 함께 "미국과 한국, 우리 두 경제와 국민의 동맹은 철통 같다"고 밝혔다. 미국이 한국 대선 결과가 나오자마자 축하 메시지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윤 당선인과 곧바로 전화 통화까지 하는 것은 그만큼 한미 관계, 국제 정세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동안 '민족'에 함몰돼 국제관계를 헝클어트렸다. 문 정부가 갖은 성의를 다했지만 북한은 보란 듯이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민족'에 바탕을 둔 구애로 해결할 수 없음을 문 정부 5년이 증명하고 있다. 확실한 비핵화 플랜을 세우고, 북한과 미국, 중국 모두에게 요구할 것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격화하는 가운데 문 정부는 어정쩡한 입장을 견지해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을 자초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국가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한쪽 편에 서는 경우'보다 '어느 쪽 편에도 서지 않는 경우'가 더 위험하며, 그런 선택을 할 때는 한쪽 편에 서는 경우보다 더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강한 한미 동맹이 대북 관계, 대중 관계를 풀어가는 원동력이다. 한미 동맹이 약화되면 중국과 북한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 문 정부는 남북 문제, 한미 동맹 문제, 한중 관계, 한일 관계 등을 '민족' 관점에서 접근하는 오류를 지속적으로 범했다. 모든 문제는 민족이 아니라 국가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문 정부에서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였다.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시작해 일본의 수출규제,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이 이어졌고, 양국 정치인들은 정권과 정파 이익을 위해 국민의 악감정을 부추겼다. 양국 입장 차이가 너무 커 풀기 어렵다면 일단 미뤄 두는 지혜도 필요하다. 긴박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냉랭한 관계는 모두에게 이로울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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