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진학진로 탐색을 마치면서

김인현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영해중고총동창회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영해중고총동창회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영해중고총동창회장)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은 대부분 중·고교 시절 이런저런 지도를 더 받았다면 내 인생이 더 나아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늘 가슴에 품고 있다. 모교의 지명도는 낮고 재력가나 고위직에 있는 동문도 드물기 때문에 한계를 느낀다. 이런 부족함을 후배들은 반복해서 겪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선배 된 도리이다.

면 단위인 영해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도시에서 교육받은 동료들이 학교 교육을 어떻게 받았는지, 어떤 조언을 받았는지 알게 되었다. 2009년부터 운 좋게 고려대 교수로 자리 잡게 되었다. 후배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조성해줘 우리와 같은 부족함이 없이 순탄하게 사회에 진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 뒤 해마다 진로 진학에 대한 특강을 모교의 후배들에게 제공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시골에 있는 학생들도 도시 학생들과 비교하여 공부할 수 있는 수단에서 이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가정이나 선배로부터 진로나 진학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을 구하지 못하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시골 학교 학생들에게는 큰 약점이다. 이를 메꾸어줄 수만 있다면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다.

지난해 12월 영해중고 총동창회장에 취임했다. 마침 학부모들도 멘토링 제공을 요청해 왔다. 이에 고무된 나는 동문 선후배와 함께 각 전공 분야를 강의하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줌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강사들이 영해 현지에 내려가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권재술 전 교원대 총장 등 16명의 선후배와 접촉했다. 모두 흔쾌히 재능 기부에 동참했다. 이렇게 해 지난 1월 8일 토요일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사를 정하고 나니 어떻게 온라인 강의에 청중을 모을 것인지가 숙제였다. 재학생들과 학부모가 주 참여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첫회에 30명이 참석할 정도로 반응이 낮았다. 그래도 열성적인 학부모 10명이 자녀들과 함께 매번 공부 모임에 참여해 주었다. 반드시 영해고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영덕군 내 각 학교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그리고 젊은 동문과 재학생들에게 직접 홍보를 했다.

제7회가 열린 날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오셔서 축하의 말씀을 해주었다. 그리고 90명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소식이 지난 19일 자 매일신문에도 실렸다. 마지막 제8회에는 60명이 참여했다. 매회 강의를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었고, 지역 고향신문에 연재를 했다. 또 강좌마다 한 페이지씩 강의 내용을 요약했다.

인구 소멸의 시대에 농어촌의 생존이 큰 걱정거리이다. 영덕의 고등학교가 명문이 되면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굳이 도시로 보내지 않아도 되고, 오히려 학부모와 자녀들이 영덕으로 유입될 것이다. 인구 소멸을 막는 좋은 방안이 된다. 모교를 명문으로 만드는 것에 동창회가 앞장서야 한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하여 영덕의 학생들에게 부족한 멘토링 기회가 제공돼 학부모와 재학생의 만족도를 높여 주는 일을 동창회가 할 수 있다.

가을에 있을 2기 프로그램에서 다시 16명의 전문 분야 강사를 모셔서 총 36분야의 직업군에 대해 안내가 되면 영덕군 내 학생들이나 학부모, 진학 담당 선생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앞선다. 경북 각 군의 총동창회에 이 프로그램이 확산된다면 모든 학교가 명문 학교가 되고 인구 유입을 가져와 고향 존속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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