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담배꽁초 투기가 부른 울진·삼척 산불 대재앙

지난 4일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의 피해가 어마어마하다. 완전 진화가 덜 됐는데도 산불 피해 통계 작성 이래 국내 최대 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11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축구장 3만3천 개 넓이인 2만4천㏊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서울 면적의 무려 5분의 2가 되는 숲이 소실된 셈이다. 주택 358채 등 648개 시설물이 불타고 이재민 390여 명이 발생했으며 금강송 군락지도 화마 위협을 받고 있다.

이번 산불의 원인을 놓고 산림청과 수사 당국은 담뱃불 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초 불이 난 지점이 인적 드문 왕복 2차로 배수로라는 점에서 산림청은 최초 발화 당시 CCTV 영상을 확보하고 발화 시점 전후에 그곳을 통과한 차량 4대의 번호와 차주 주소지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까지 선포될 정도로 엄중한 산불 재난이 한낱 무개념 운전자의 담배꽁초 투기에서 비롯됐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5%는 담배꽁초에 의한 실화라고 한다. 무심코 차창 밖으로 내던진 담배꽁초가 매년 엄청난 화마를 불러일으키는 데도 담배꽁초 투기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차창 밖으로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시민의식 부재가 근본적 원인이지만, 너무나 느슨한 처벌에도 문제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담배꽁초 무단 투기 시 부과되는 처벌은 과태료 5만 원, 운전자 벌점 10점이 전부다. 담뱃불에 의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실형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벌금 200만 원 부과가 고작이다. 처벌이 이렇게 물렁한 데다 담뱃불 등 실화자 검거율이 4%밖에 안 되니 담배꽁초 투기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과 시민 질서 의식이 제대로 형성될 리가 만무하다.

차 안에는 재떨이가 있다. 자기 차에 냄새 나는 게 싫고 재떨이 비우는 게 귀찮다고 담배꽁초를 차창 밖으로 내던지는 것은 산불 등 화재가 나도 상관없다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 담뱃불 실화(失火)는 사실상의 방화(放火)다. 싱가포르에서는 담배꽁초 투기하다가 걸리면 첫 적발 시 170만 원의 벌금을, 두 번 이상 적발 시 최대 34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사회봉사명령도 내린다. 우리나라도 담배꽁초 무단 투기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공공장소 청소와 같은 사회봉사명령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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