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동산 정책, 지방의 문제는 지방에 맡겨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공급 확대와 세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재인 정부가 5년간 모두 28차례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면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쏟아 놓아 부동산 시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것이 윤석열 정부 탄생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분석된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진단은 절반은 옳고 절반은 틀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수도권 미분양은 1천325가구로 전월보다 12.2% 줄었지만, 지방의 미분양은 2만402가구로 전월보다 무려 25.9%가 증가했다. 특히 대구는 전월 대비 86.0%(1천701가구) 늘어난 3천678가구로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미분양이 증가했다. 경북의 미분양 물량은 5천227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공급 부족이 부동산 문제의 핵심인 서울·수도권과 달리,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방은 공급 과잉으로 전혀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주택 정책을 획일적으로 지방에도 그대로 적용함으로써 공급 물량이 넘치는 대구경북에 수도권과 똑같은 대출 규제 및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강행, 거래 감소와 미분양 물량 증가라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했다. 중앙 정치인과 관료들에게 지방의 현실은 안중(眼中)에도 없었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인구 과밀과 과도한 집중으로 규모의 불경제가 발생하고 있는 서울·수도권과 인구 유출로 도시 소멸이 우려되는 지방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현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획일적 부동산 대책은 지방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는 데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지방이 서울·수도권의 들러리 또는 희생양으로 머물 수는 없다. 지방의 여건과 특성에 맞는 맞춤형 부동산 대책을 발 빠르고 적절하게 수립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그 권한을 지방으로 위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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