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호중 원내대표 대신 이재명 후보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자는 글에서 "문재인 시대에 들어 노무현의 원수를 갚는다는 미명 아래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하는 중대한 실책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냥 따라갔고, 그것이 오늘날의 민주당을 만들었고, 결국 대선에 패배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명분 아래 전직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내고, 수많은 전 정권 인사들을 법정에 세우고, 그중 일부를 감옥으로 보냈다. 정치 영역뿐만 아니라 사법, 경제 영역에 이르기까지 요란하고 집요하게 '정치 보복성 청산'에 몰두했다. 김 의원 지적처럼 그들 자신은 '정의의 대오'라고 착각 또는 세뇌했을지 모르지만, 그 바탕에 정치 보복의 기운이 깔려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이재명 비대위를 통한 민주당 쇄신' 주장 역시 진정한 '반성'과는 거리가 멀다.
3·9 대선 결과는 문 정부에 대한 심판이자 민주당에 대한 심판, 이 후보에 대한 국민적 평가이다. 더구나 이 후보는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대선 후보라는 평가마저 받았다. 많은 민주당 인사들, 지지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탈당하거나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 쇄신을 이 후보가 맡아야 한다는 주장은 '문 정부 5년을 반성하자'는 쪽조차 반성을 가장한 전략만 있음을 방증한다.
김 의원은 "이재명이 유일한 비대위원장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최선으로 선방할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0.73%포인트(p) 차 초박빙 대선 패배에 대한 지지자들의 '분노' '서운함'을 정치공학적으로 이용하자는 것일 뿐,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과 반성은 뒷전인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지난 5년 내내 국정 운영 동력으로 삼아온 국민 편 가르기를 비롯해 내로남불, 무능과 오만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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