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애들한테 짐 되지 말고 먼저 가자…"
안방에 앉은 아내 조윤희(가명·56) 씨가 남편 정병호(가명·60) 씨의 손을 꼭 잡는다. 부부의 눈에는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인지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현실의 벽을 알아챘는지 정 씨 역시 아무 말 않고 조 씨를 안아준다. 죽음보다 무서웠던 게 삶이었다. 자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던 부부였기에 차라리 짐이 되지 않는 편이 훨씬 나았다.
그때 부부의 대화를 엿들은 조 씨의 친정엄마가 안방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래도 살아야지"라며 울부짖는 모습에 부부는 함께 울었다.
정 씨는 뇌전증에 뇌경색으로 몸이 망가졌고 조 씨는 백혈병 투병 중이다.
◆남편은 뇌전증, 아내는 백혈병
살고자 발버둥 쳤지만 삶은 빠져나올 수 없는 진흙탕이었다. 결혼 후 건강했던 정 씨는 한날 뇌전증으로 쓰러졌다. 잠을 자던 도중 고열과 동시에 눈이 뒤집히며 쓰러졌고 그 후 툭하면 오는 간질에 일상생활은 쉽지 않았다.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었기에 정 씨는 이 꽉 깨물고 돈을 벌러 나갔다. 뇌전증이 있다면 취직을 시켜주지 않을까 병을 숨기고 일터를 찾았지만 잦은 쓰러짐에 결국 들통이 나기 일쑤였다. 숱한 취직과 퇴사를 반복하며 시장 배달 기사, 택시기사, 공장일 등 온갖 일에 뛰어들었다.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몸은 계속 망가졌다. 지난 2018년 정 씨는 심한 간질 증상에 잠시 집에서 쉬다가 생활이 자꾸 어려워지자 하는 수 없이 다시 일터로 향했다. 이번엔 화물 운송업 일이었다. 하지만 근무 시작 보름 만에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다리가 절단됐다. 운전 중 간질이 왔고 벽에 크게 부딪혔다. 2년간 입원 생활 끝에 집으로 돌아온 그에겐, 하늘도 무심하게도 뇌경색까지 찾아왔다.
아내 조 씨는 남편 다리 절단이 꼭 자신 탓인 것만 같았다. 조 씨 역시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식당일에 나섰지만 남편의 사고가 있기 2년 전 백혈병(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자신마저 아프지 않았다면 남편이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됐을까 하는 생각에 조 씨는 자꾸만 죄책감이 든다.
◆장남마저 극심한 당뇨
매일 집에서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 부부. 한 날은 밤늦게 귀가한 아들이 눈물을 쏟아냈다. 서른 살이 넘었지만 아들은 극심한 당뇨로 몸이 좋지 않다. 군 생활 도중 아들은 쓰러졌고 당뇨가 심하다는 판정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급격하게 소진되는 체력 탓에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대학도 중퇴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나서며 간간이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젊은 나이에 아픈 자신이 원망스러운지 엄마를 껴안고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펑펑 울어버렸다.
부부 역시 자녀에게 한없이 미안할 따름이다. 아픈 아들은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고 이십 대 후반의 딸은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경기도에 취직해 돈을 벌고 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이유로 자녀가 어릴 적부터 집에 자주 홀로 뒀다. 끼니도 제때 챙겨주지 못했고 흔한 가족여행 한번 데려가 주지 못했다. 해준 게 없는 부모였기에 자녀가 보태주는 생활비와 용돈을 받는 것조차 미안하다. 특히 딸은 적은 월급에 홀로 월세와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함을 알고 있기에 더욱이 손을 벌리지 못하겠다.
이들은 집 월세마저 못 내 쫓겨나면서 조 씨의 친정엄마 집으로 들어온 지 어언 15년째다. 자녀들이 성인인 탓에 차상위계층 수급비와 여든이 훌쩍 넘은 노모가 노인 일자리로 벌어온 몇십만원의 돈이 이들 가족의 유일한 생계비다. 조 씨 역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아픈 몸을 이끌고 하루에 3시간씩 요양보호사 일에 나선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이 휘청거리지만 꾹 참는다. 아직 갚지 못한 3천만원이 훌쩍 넘는 남편의 입원비와 다 낡아버린 남편의 의족 생각에서다.
이제 인지 기능마저 떨어져 대화도 어려운 정 씨. 휠체어에 앉은 정 씨는 꾸벅꾸벅 졸았고 그 옆의 조 씨는 남편의 잘린 다리를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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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보일러도 없는 집에서 1살 자녀 돌보는 히언 씨 부부에 2,501만원 전달
베트남서 한국으로 돈 벌러 온 히언 씨(매일신문 3월 1일 자 10면) 부부는 미등록 외국인인 데다 몸이 아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딸이 태어났지만 돈이 없어 보일러도 없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있습니다.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히언 씨 부부에 2천501만6천77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IBS(전병집) 10만원 ▷김옥선 20만원 ▷김상태 10만원 ▷전시형 10만원 ▷허정미 10만원 ▷서석호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박임상 2만원 ▷신종욱 2만원 ▷이재숙 2만원 ▷이진기 5천원 ▷'홍종배베드로' 20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 ▷김건율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일본서 한국 왔지만 남편 폭력에 시달린 미츠키 씨에 2,413만원 성금
일본에서 한국으로 시집왔지만 딸들과 함께 남편 폭력에 시달린 미츠키(매일신문 3월 8일 자 10면)씨 사연에 47개 단체 196명의 독자가 2천413만9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대구시설공단사랑나눔봉사단(박00) 4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IBS(전병집)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문메딕스(신문상) 10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영메딕스(신원상)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법률사무소 청종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태) 5만원 ▷황금손부동산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누리공인중개소(박정숙) 2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호운ENG(류재경) 2만원 ▷하나회 1만원
▷도경희 380만원 ▷김상태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50만원 ▷이신덕 최경환 각 30만원 ▷박철기 이형근 각 20만원 ▷곽용 권태근 김연미 김주영 박미자 배호기 오정환 이명순 이재명 이재일 장소미 장정순 장중진 전시형 조득환 최영조 각 10만원 ▷박종현 7만원 ▷배상영 6만원 ▷강봉열 고명숙 곽정수 구율원 김영민 김옥주 김은숙 동성미 박상훈 박수복 박정희 박주원 백미화 변대석 서보현 서정오 송미령 안대용 안현숙 오소춘 오원분 유윤옥 윤선희 이경자 이정숙 이종하 이창영 임채숙 전우식 전준석 정원수 정태직 진국성 최상수 최종호 최한태 하영호 각 5만원 ▷김강현 3만3천원 ▷김규명 김진한 문현이 박종문 박현주 변현택 송재일 신광련 신외식 유수열 이동룡 이서연 이석우 이옥희 이은실 이종완 이현주 장충길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강윤철 강현숙 구은진 김미향 김수헌 김수현 김태욱 김현정 류휘열 문석 박기영 박희숙 서숙영 성영식 안소윤 유귀녀 유승헌 이서현 이운호 이해수 임창재 장영희 장지연 장해열 정은실 한원희 허정 각 2만원 ▷유갑연 윤인주 각 1만5천원 ▷강지원 권삼영 권보형 권오영 권오현 권재현 김복분 김삼수 김상근 김상일 김성옥 김수민 김윤희 김은영 김진희 김찬중 김태천 김효빈 문민성 박건우 박애선 박태용 박태훈 박홍선 백인환 서형석 손태경 양세원 우동수 우순화 원순화 이명주 이병순 이성우 이아영 이영명 이영숙 이운대 이재민 이헌정 이형준 이효범 장문희 전지원 정수민 정충기 조서연 조영선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각 1만원 ▷가지영 권두영 김정희 김진혹 서제원 이수아 이재화 각 5천원 ▷이장윤 4천원
▷'미츠키씨다줘요' 100만원 ▷'성모님사랑' '주님사랑' 각 10만원 ▷'김은서김시훈' '매주5만원' '응원합니다' '힘내세요' '힘내세요서진오' 각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수민수진' '이웃성금' '지원정원' 각 3만원 ▷'강해만이진주' '무명' '석희석주' '지현이동환이' '채민기(행운포*)' 각 2만원 ▷'선물' 1만5천원 ▷'미츠키씨' '조희수건강회복' 각 1만원 ▷'미츠키님 힘내요 유' 5천원 ▷'지성이' '채영이' 각 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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