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서 77억 마리 실종된 꿀벌…원인은 이것?

"꿀벌 실종 원인은 해충과 이상기후 요인의 복합 작용 때문"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 통해 수분 공급…"생태계에 꼭 필요해"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 벌통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한 양봉농가 벌통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올 1, 2월 전국에서 약 77억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충과 이상기후 요인이 복합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국 양봉협회 소속 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실종 피해조사를 한 결과 4천159개 농가의 38만9천45개 벌통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농촌진흥청, 농림축산검역본부, 지자체, 한국양봉협회가 합동으로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 99호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구체적으로 평균 벌통 하나당 2만 마리의 꿀벌이 양육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77억8천90만 마리 이상의 꿀벌이 사라진 셈이다.

조사 결과 전국에 걸쳐 꿀벌 폐사가 발생했으며, 전남, 경남, 제주 지역의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전남(10만5천894개) ▷전북(9만개) ▷경북(7만4천582개) ▷경남(4만5천965개) 등의 순으로 피해가 컸다.

이밖에도 ▷충남(3만1천280개) ▷강원(1만3천33개) ▷경기(4천250개)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가장 먼저 꿀벌이 집단 실종된 지역은 경남과 전남 등 최남단 지역이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약 2주간 18개 시·군 양봉 농가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은 결과 321개 농가의 벌통 3만8천433개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경북에서는 사육 중인 전체 벌통(15만6천419개)의 절반 가량(47.7%)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며, 전남의 경우 협회에 등록된 전체 농가(1천831곳)의 74.3%(1천360곳)가 피해를 입었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집단 꿀벌 실종 현상을 해충인 응애 발생, 이상기후, 약제과다 사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농촌진흥청은 "꿀벌 실종 피해가 발생한 벌통 대부분에서 응애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응애는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과 조직을 먹고 자라는 해충으로, 꿀벌의 성장을 저하시킨다.

변덕스러운 날씨 역시 꿀벌 실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벌은 기온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지난해 전국 연평균 기온 13.3도로 평년 대비 0.8도 높은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농가의 경우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100대 농산물 생산량에서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을 한다"며 "당장 꿀벌이 없다면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 연구팀은 꿀벌이 사라질 경우 과일·채소 등 생산량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식량난과 영양 부족으로 한 해 142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꿀벌 응애 친환경 방제 기술과 무인기(드론) 이용 등 검은 말벌 조기 방제 기술을 개발하고, 월동 꿀벌 관리에 관한 현장 기술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응애 구제제 적정 사용 요령 교육을 확대하고,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난 천연물 유래 응애 구제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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