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스코의 엉터리 납품업체 관리, 글로벌 기업의 자세 갖춰야

포스코의 납품업체 관리 실태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결격 사유가 있는 업체에 솜방망이식으로 대처해 말썽을 빚은 것이다. 문제가 된 업체는 허위 검사 보고서를 이용해 3년 넘게 물품을 납품한 혐의로 업체 대표가 지난달 법정에 섰다. 1심 법원은 업체 대표에게 징역 6년형의 중형을 선고했다. 총 647회에 걸친 범법 행위로 고의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포스코는 납품 비리·불량 업체들의 납품을 일정 기간 배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고의로 품질이 낮은 자재를 납품하거나 수량을 속이는 행위에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다. 현장 안전 위협 행위에는 적어도 2년간 거래를 중단한다고 못 박았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선지 특정 업체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외려 1년 후 다시 납품 기회를 주는 것으로 처리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 업체가 납품한 제품이 근로자 안전과 직결되는 운반용 롤러라는 점이다. 중대재해법 위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업계 분위기를 읽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대처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전에도 포스코는 납품 비리로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다. 제철소 직원과 납품업체 대표, 간부 등 3명이 법정 구속되며 결탁 의혹을 샀던 것이다.

포스코 측은 현장이 너무 커 대표자가 명의를 바꿔 들어오면 일일이 확인이 어렵다고 해명한다. 군색한 변명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납품 비리에 명확히 선을 긋는다. 3년 넘게 회사를 속인 업체를 구제하는 명분은 무엇인가. 온정주의로 운영된 기업의 말로를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숱하게 봐왔다.

지금의 대처는 기업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납품 시스템에 구멍이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납품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없는지 포스코는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수사 의뢰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포스코라는 글로벌 기업이 취해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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