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부탁해요. 윤석열 당선인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정권이 교체됐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선거였다. 박빙이었다. 대구경북인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정권교체였다. 정권교체를 원했던 한 사람으로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다.

정권교체의 열망만큼이나 큰 과제가 남았다. 야당 시절에는 비판만 해도 인정을 받았지만, 정권을 잡았으면 실력을 보여야 한다. 먼저 국민 통합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수년간 분열의 늪에 빠져 있었다. 여야, 세대, 지역, 연령, 젠더 갈등으로 온 나라, 온 국민이 갈기갈기 나누어져 있었다. 심지어 "일본을 좋아하냐, 싫어하냐"는 초등학생조차 하지 않을 법한 질문에 유력 정치인들이 편승해서 국민을 반으로 갈랐다. 정치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 모든 비정상을 과거로 흘려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눈앞의 과제는 인수위 구성이다. 인수위가 마치 '한자리 해 먹는' 출세의 지름길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지만,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최대한 전문성을 갖춘 실무자로 인수위를 꾸리겠다는 당선인의 뜻은 현명하다. 인수위 역시 가장 낮고 겸손하게 정권 인수 실무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 현 정권과 다음 정권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본연의 과제다. 과욕을 경계해야 한다. 선대본부장이자 사무총장으로서 중심을 잡고 대선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권영세 부위원장이 이번에도 군기 반장 역할을 잘 수행해 주길 기대한다. 인수위원들은 각기 자기 얘기를 하면서 내부 혼란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 동일하고 정제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 언론의 특종 경쟁에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 그 부담은 오롯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차분한 준비가 중요하다.

새 정부 역시 인사가 만사다. 비서실이나 인수위는 다소 가까운 인물로 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관급 인사들은 오직 실력만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유능한 인재라면 다른 진영의 사람이라도 폭넓게 등용해야 한다. 아무리 무능력해도 '내 편'이면 장관도 주고 기관장도 주는 식의 소위 '캠코더' 인사가 대한민국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국가 시스템을 단 5년 만에 망가뜨리는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1980년대에도 없었던 '소쿠리 선거' '비닐봉지 선거'가 2022년 대선에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 윤 당선인의 수사를 비판해 온 최종학 교수를 등용한 것은 전문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는 상징적 차원에서 좋은 일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도 중요하다. 당장 인사청문회와 정부 조직 개편 등은 국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민주당 역시 '야당 시절 주특기'였던 발목 잡기에서 벗어나서 국익을 위한 일에는 대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적은 표차였지만 국민의 선택으로 정권은 교체되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민주당 일부 인사는 "국회의 절대 다수 의석이 민주당에 있다. 모든 것이 윤석열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국민과 국민의힘을 겁박했다. 이런 정치인들은 분명 심판받을 것이다.

단, 국민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대장동 사건 등 심각한 범죄 의혹까지 덮어서는 안 된다. 대선 국면에서 밝혀내지 못한 진실을 소상히 밝혀내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공정과 정의와 상식을 회복하겠다고 대선판에 뛰어든 윤석열 당선인이다. 문재인 정권은 과거 정권을 잡자마자 '적폐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온 나라를 두 쪽 내 쑥대밭으로 만든 과오가 있다. 최소한의 염치가 있다면 마치 맡겨 놓은 것 내놓으라는 양 "정치 보복은 꿈도 꾸지 말라"는 투는 안 된다. 정권 말기에 공기업 등에 '낙하산' '알 박기' 꼼수 역시 국민들 보기에 무척 좋지 않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당선인은 잘할 것으로 믿는다.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등 과거의 폐단과 결별을 선언한 것도 잘한 일이다.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것은 어려운 결심이다. 실무 중심의 작은 정부 역시 올바른 방향이다. 권력과 권한의 행사를 확대하려는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 할 일을 하는 자리다. 그 쉽지만 어려운 일을 윤석열 당선인이 꼭 해낼 것으로 믿는다. 직선제 이후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감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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