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탈원전 앞장선 정재훈 한수원 사장 연임 추진 가당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울진 산불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이 지역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가급적 빨리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를 재개해 많이 일할 수 있게 해 보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공사 재개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여 기대가 크다.

문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신한울 3·4호기는 2017년 공사가 중단됐다. 주기기 사전 제작과 부지 매입 등에 투입된 7천800억 원이 허공으로 날아갈 판이었다.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으로 원전 산업 전체는 물론 울진 지역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줬다. 윤 당선인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시 재개를 거듭 천명하고 탈원전 정책 폐기, 원전 산업 생태계 활성화 등을 약속한 만큼 탈원전으로 인한 적폐들이 청산될 것으로 믿는다.

탈원전 정책 폐기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 수행에 앞장섰던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1년 연임이 추진되고 있어 논란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한수원 측에 4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정 사장의 1년 연임을 통보했다. 이에 한수원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정 사장의 1년 연임을 의결한 뒤 주총에서 연임안을 통과시켰다. 산업부 장관 제청을 거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재가하는 단계만 남겨둔 상태다. 정 사장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에 연루돼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고 있다. 이런 정 사장의 연임 추진은 매우 비상식적이다.

윤 당선인이 취임하기도 전에 산업부가 정 사장의 연임을 추진하는 것은 또 하나의 '알 박기 인사'다. 4년 임기 내내 탈원전에 앞장섰던 정 사장이 탈원전 정책 폐기를 결정한 윤 정부와 어떻게 손발을 맞출 수 있겠나. 정 사장은 자리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도리다. 책임을 져도 모자랄 판에 연임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새로운 인물이 한수원 사장을 맡아 신한울 3·4호기 공사 즉시 재개 등 탈원전 적폐를 청산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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